“미션 이즈 더 보스(Mission is the boss).” 있는대로 해석하면 ‘사명이 상사다’ 정도로 해석됩니다. 지난달 우리나라를 찾았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던진 말입니다. 이 한마디는 단순한 경영 철학을 넘어, 우리 사회 곳곳의 조직 운영 방식에 묵직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는 “상사는 사명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일 뿐”이라 했습니다. 그는 개인 사무실도 책상도 없이 회의실에서 일한다고 했습니다. 조직은 서열이 아니라 사명이 조직을 움직여야 한다는 말이죠.이 메시지는 기업 경영에만 국한된게 아닙니다. 지역 정치 역시 본질적으로 같은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주민이 위임한 권한으로 자치단체장이나 의원이 일하고, 그 밑에 행정 조직과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조직이든 위계가 생기면 사람들은 공동의 목표보다 윗사람의 눈치를 살피기 마련입니다. 지역 정치에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주민의 삶을 바꾸는 정책보다 정치적 유불리, 줄서기, 다음 선거를 의식한 의전이 앞서는 순간, 그 공동체는 본래의 사명은 잃기 마련입니다.젠슨 황이 말한 리더십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리더는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 구성원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라는 것을 말합니다. 지역 정치지도자의 자리도 이와 다르지 않아야 합니다. 지역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 이를테면 인구 감소, 지역 경제 침체, 청년 유출, 노후 인프라 같은 문제들은 한 사람의 정치인이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행정 공무원, 지역 기업, 시민단체, 그리고 무엇보다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함께 움직여야 풀리는 문제들입니다. 이때 정치인의 역할은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자발적으로 힘을 모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입니다.그러나 현실의 지역 정치는 종종 정반대로 흘러갑니다. 목표가 모호하거나 아예 부재한 채로, 누가 더 많은 예산을 따왔는지, 누가 더 화려한 행사를 열었는지가 성과의 척도가 되곤 합니다. 공동체가 함께 풀어야 할 사명은 뒷전으로 밀리고, 정치인 개인의 존재감과 다음 선거를 위한 포석이 우선순위가 됩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묵묵히 민원을 해결하고 정책을 설계하는 실무자보다, 행사장에 얼굴을 비추고 윗선에 줄을 대는 사람이 더 인정받기 쉽습니다. 공동의 사명이 사라진 조직이 결국 정체와 불신으로 귀결되듯, 사명을 잃은 지역 정치 역시 주민의 무관심과 냉소를 불러올 뿐입니다.지역 정치가 미션 중심으로 작동하려면 두 가지가 함께 서야 합니다. 하나는 구성원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도록 북돋우는 리더십이고, 다른 하나는 그 목표가 곧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인식 아래 손해도 기꺼이 감수하는 팔로어십, 즉 행정과 주민의 협력 의지입니다. 지역 정치인이 먼저 분명한 목표를 제시하고, 그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구성원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줄 때, 비로소 행정과 주민도 한마음으로 힘을 보탤 수 있습니다. 목표가 분명하면 협력의 명분이 생기고, 협력이 쌓이면 신뢰가 생깁니다. 신뢰는 다시 다음 목표를 향한 동력이 되겠지요.젠슨 황은 “작업을 다 마쳤을 때 그건 당신의 작품이고, 누군가가 그것을 볼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역 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임기가 끝났을 때 남는 것은 화려했던 행사의 기억이 아니라, 그 지역이 실제로 얼마나 더 나아졌는가 하는 결과물입니다. 그 결과물은 정치인 혼자의 힘으로는 결코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행정과 시민이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함께 걸어갈 수 있도록, 앞에서 길을 닦고 뒤에서 밀어주는 사람. 그것이 지역 정치인이 맡아야 할 진짜 역할입니다. 모두가 젠슨 황이 될 수는 없지만, 사명을 상사로 모시는 자세만큼은 지역 정치가 가장 먼저 배워야 할 덕목이라 생각합니다.
즐겨찾기+ 최종편집: 2026-07-04 17:22:33 회원가입 전체기사보기 원격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네이버블로그URL복사
동정
이 사람
데스크 칼럼
가장 많이 본 뉴스
상호: 경북동부신문 / 주소: 경상북도 영천시 최무선로 280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264 / 등록일 : 2003-06-10
발행인: 김형산 / 편집인: 양보운 / 청소년보호책임자 : 양보운 / 편집국장: 최병식 / 논설주간 조충래
mail: d3388100@hanmail.net / Tel: 054-338-8100 / Fax : 054-338-8130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