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배재고 사태를 보며 대다수 어른들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하고 혀를 찼습니다. 광주일고를 향해 “스타벅스 가야 해”라며 조롱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교육현장의 한 단면을 봤기 때문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는 기원전 수메르의 점토판 문구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기성세대가 청년세대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늘 우려가 가득합니다. 많은 이들이 이런 현상을 두고 ‘청년세대의 도덕적 해이’를 탓하지만, 과연 이것이 온전히 아이들만의 책임일까요.아랫물에서 발생하는 악취의 발원지는 언제나 윗물입니다. 인간 사회의 모방 메커니즘을 생각할 때, 지금의 현상은 기성세대가 뿌린 탐욕과 혐오의 씨앗이 아이들이라는 토양을 만나 피어난 독버섯일 뿐입니다. 어른들의 뒷모습이 곧 오늘 아이들 모습입니다. 현실은 가짜 뉴스가 판을 치고 혐오와 분노가 배설처럼 쏟아지는 익명의 공간에서 우리 아이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또한 그 공간을 채우는 혐오의 언어는 다름아닌 어른들에게서 배운 것입니다. 정치권부터 진영 논리에 갇혀 상대를 없애야 할 적처럼 규정하고, 목적을 위해서라면 거짓과 선동, 조롱을 서슴지 않습니다. 국민적 공분이 일어난 민감한 이슈마저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용하고, 상대 진영을 향해 입에 담기 힘든 멸칭을 끊임없이 쏟아내며 ‘나와 다른 상대는 조롱해도 된다’는 인식을 심어준 이들이 바로 어른들입니다.법과 원칙을 수호해야 할 높으신 분들은 교묘한 방법으로 ‘합법을 가장한 불법’을 기술이라며 은근히 자랑하고, 기업과 자본은 과정의 정당성보다 결과의 엄청남만 숭상합니다. 즉 오직 ‘성공’이라는 절대반지를 쥐기 위해 타인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사회를 만듭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아이들에게 “너는 바르게 살아라”는 훈계가 가당키나 할까요. 나 하나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짓밟는 무한 경쟁과 1등만 기억하는 잔인한 능력주의 사회를 만든 것이 누구일까요. 다행히 우리는 이번 사태의 어두운 단면 속에서도 작은 희망의 불씨를 보았습니다. 사과를 위해 고개를 떨군 학생들 앞에서 피해 학교의 교장선생님은 “학생들, 고개 들어요. 어깨 펴고. 여러분의 미래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라며 아이들을 다독였고, “아이들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건 어른들의 책임”이라며 도리어 용기를 북돋아 준 모습에서 많은 이들이 ‘진정 어른다운 품격’이라며 찬사를 보냈습니다. 그런 자리에서 어른이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모범이었던 셈입니다.우리가 어렸을 적 마주했던 한국 사회는 비록 가난하고 거칠었을지언정, 사회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어른의 무게’가 있었습니다. 아이가 잘못을 저지르면 타일렀고 부끄러워할 줄 알았으며, 염치라는 단어가 살아 숨 쉬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서 사라진 것은 바로 그 ‘부끄러움’과 ‘염치’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잘못을 저지른 몇몇 아이들을 단죄하는 것을 넘어, 아이들이 어디서부터 혐오 표현에 무뎌졌는지 원인을 치열하게 토론하고 재발 방지책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성세대 전체가 공유해야 할 도덕적 부채 의식도 가져야 합니다.이제 어른들은 도덕적 흠결에 대해 변명이 아닌 진정한 참회를 보이고, 결과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정직하게 패배한 이에게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사회적 성숙함을 회복해야 합니다. 인간의 영혼과 공동체의 도덕성을 회복시키는 것은 결국 사람의 온기와 모범입니다. 이제 누구를 탓하기 전에 어른들이 먼저 거울을 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흘려보낸 흐린 물이 우리 아이들을 오염시키고 있음을 뼈저리게 반성해야 합니다.아이들에게 조롱과 혐오가 아닌, 더 미래지향적인 세상을 물려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오늘을 사는 기성세대가 스스로 맑아지는 길뿐입니다. 어른들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회적 규칙을 다시 세우겠다는 실천적 결단을 내릴 때, 비로소 우리 사회는 세계속의 품격을 되찾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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