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고을에 이 같은 객사가 있음은 본래 모든 주(州), 부(府), 군(郡), 현(縣)에 동일한 법규이니, 때에 따라 없어지기도 하고 때에 따라 다시 만들어지기도 하는 것을, 정자나 다락의 다스림을 〔다른 고을들과〕 가히 비교함은 아니지만, 어찌 〔객사의 존재와 이의 관리가 고을을 다스림에〕 적은 도움이라 하겠으며, 〔이 객사를 다시 지음을〕 예전의 객사 터로 나아가 옛 제도를 따름이 어떻겠는가? 듣자하니 대체로 영남좌도의 걸출한 고을은 뜻밖에 영천이러니 (과연) 고을이 백리에 걸쳐 산천으로 둘러싸인 요해지(要害地)임이 저와 같구나. 두(二) 물(水)이 가운데를 나누어 한 곳의 울타리를 만들고, 세 개의 산 (또한) 여기 있어 멀리 고을을 둘렀으니, 아름다운 이름 널리 펼쳐져 하나로 전해 오네. 땅은 어질고 신령하여 성대히 선현(先賢)들을 배출하였으나, 여기 객사(官廨)를 지은 지 오래되어 처마와 기둥이 세월 따라 기울어졌네. 일찍이 해와 달이 얼마나 지났던가. 기와는 썩고 나무는 늙어 아! 바람과 비를 가리지 못하며, 벽은 무너지고 글들은 더럽혀졌는데 어찌하여 시일만 끌면서 등한히 하는가. 언제나 (그렇듯이) 힘은 모자라고 일은 큼에 기인하지만, 〔객사를〕 고치고 잇는 일의 시급함을 돌아본다면, 어찌 재물이 부족하고 일이 과도함을 꺼린단 말인가? 이에 옛 것을 고쳐 새로움을 도모함에 능히 흥하고 쇠함(興替)을 들어 떨어진 것을 깁고자 앞에도 헤아리고 뒤에도 헤아려 〔객사를 다시〕지으니, 우연히 서로 지난날과 꼭 들어맞으며, 재갑(再甲) 삼갑(三甲)의 이어 수선함이 마치 오늘을 기다린 듯하다. 백성(民戶)들이 기렴(箕斂)293)을 마다하지 않고 천여(千餘) 꿰미〔의 재화를〕출연하였네. 공사의 마침을 돕고자 곧바로 모두들 모여서 도모하기를 수십 인과 더불어 힘을 같이한다. 그림쇠와 곱자 먹줄과 먹물로 옛 제도를 본받아 덜함도 없고 더함도 없네. 담장과 서까레 처마와 서까레는 옛 터로 나아가 헒도 따르고 기움도 따른다. 아름다워라 훤함이여 이에 고쳐지고, 진실로 빛나도다 풍광이 바뀌었네. 아름다운 섬돌에 바람이 잔잔하니 기러기와 집오리가 좇아 서로 경하하고, 그림 같은 난간에 해가 기니 제비와 참새들이 모여 무리지어 나른다. 〔이는〕 참으로 여러 사람들의 마음이 같음에 돌아가지 않았다면 이루지 못했으리. 기일이 되어 〔객사의 지음이 이루어지니〕 어찌 큰 목수들이 빠르게 〔공사에〕 나아가 빠른 시일 내에 이루었으니 긴 들보 듦을 도와 애오라지 짧은 노래에 화답한다.어기영차 들보를 동쪽으로 건 듯 던지니동해의 떠오른 태양 처마 둘러 붉구나땅은 푸른 바다를 접하고 파도는 다 하지 않았는데언덕 같이 오래 삶을 멀리 오운궁(五雲宮)에서 축하하네어기영차 들보를 서쪽으로 건 듯 던지니구름 밖 팔공산은 눈 아래 들어온다노을 낀 저녁 봉우리엔 위급한 소식 전하는데시골 노인 일 없어 앞개울에 낚시하네어기영차 들보를 남쪽으로 건 듯 던지니산 높은 채약산은 하늘과 나란하네짧은 돈대(墩臺) 긴 정자(長亭)에 오고 가는 땅에는별 수레는 휘장 둘러 수레 멈추지 않는구나어기영차 들보를 북쪽으로 건 듯 던지니멀리 자신전(紫宸殿)294)에 절을 하며 언제나 나라를 사모하네보현산의 한 기슭은 높이 저쯤 되리니곧 바로 하늘에 기둥 세워 땅의 극(極)을 버티리라어기영차 들보를 위로 건 듯 던지니우리 임금의 성스런 은혜 어찌 저리 높으실까지척을 어기지 않으면 하늘 얼굴 가까울테니자취 없는 뜬 구름은 치상(治象)295)을 드리운다어기영차 들보를 아래로 건 듯 던지니논과 밭을(田野) 날마다 갈아서 다 같이 심고 거두네늙은이와 젊은이(老少)들의 노랫소리(風謠)296)로 각자가 안도(安堵)하니알지도 못하고 깨닫지도 못한 새에 교화(敎化) 아님이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