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한 두개 정도 눈에 띄는 현수막이 있다. 정치인 또는 예비 정치인들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대목이라 우후죽순격으로 내건 명절 인사가 담긴 일명 정치현수막. 설을 비롯해 명절에는 거리에서 다양한 정치 현수막을 볼 수 있다.이 현수막들을 볼라치면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진다. 지정게시대는 한정됐으니 가로수나 신호등, 전봇대 등에 마구잡이로 걸어댄다. 무분별하게 걸려 지저분하다. 대단한 내용도 없는데 꼴보기 싫은 사진까지 넣어서 걸었다. 뭐 잘 생기고, 보고 싶던 얼굴도 아닌데. 게다가 중요한 내용이 들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시선을 어지럽히는 현수막은 모두가 느끼듯 거리의 공해다. 2022년 12월 11일부터 개정된 옥외광고물법에 따르면 통상적인 정당 활동 범위의 정책이나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별도의 신고·허가·금지 등 제한 없이 현수막을 설치할 수 있다. 오죽할까. 자기들이 법을 만드니 자기들 맘대로다. ‘교통안전과 이용자의 통행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는 위치에는 설치 금지’라는 조항이 있지만 아랑곳없다. 불법으로 걸린 정치 현수막은 운전하는 사람의 시야를 가려 안전마저 해칠 우려가 있다. 더구나 기후위기가 심각한 지금 현수막은 쓰레기다. 어쩌자고 정치인들은 저 많은 쓰레기를 막무가내로 쏟아내는 걸까. 제작에 사용된 천과 잉크는 게시기한 15일이 지나면 소각되고 매립되는 환경 쓰레기일 뿐이다. 온실가스는 물론 다이옥신 같은 발암물질까지 모두 공해다. 폐현수막 재활용과 친환경 현수막 제작을 유도하지만 실효성은 거의 없다. 환경단체들은 재활용을 잘 하기보다 쓰레기 자체를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정치인들에겐 이 단순한 주문이 우이독경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자연 조성 등으로 흡수 또는 제거해서 실질적인 배출량이 0이 되는 개념. 즉, 배출되는 탄소와 흡수되는 탄소량을 같게 해 탄소를 제로화 하는 것을 탄소 중립이다. 우리나라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는 게 목표다. 한쪽에서는 그 목표를 어떻게 맞출까 머리 싸매는데 정치인들에게는 전혀 중요치 않은 미래처럼 보인다. 그때까지 정치를 할지 누구도 장담할 수도 없다. 물론 나라의 25년 뒤 미래 비전까지 내다보는 정치인도 없을 것이다. 탄핵 이후 관련 현수막이 마구잡이로 내걸리고 있는데, 명절 전에는 설 인사 현수막까지 덮쳤다. 불법 현수막은 모두가 과태료 대상이지만 정치 현수막은 불법도 합법도 아닌 애매한 경우다. 행안부의 ‘정당 현수막 설치·관리 가이드라인’을 보면 ‘정당이 명절 인사, 수능 응원 등 의례적인 내용으로 설치하는 현수막은 통상적인 정당활동에 포함됨’이라고 돼있다. 정치인들에게서 이런 응원이나 인사를 받고 싶은 국민 과연 몇이나 될까. 나라를 이 꼴로 만들어 놓고, 환경 쓰레기를 주기적으로 생산해 낸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에는 관대하고 사회적인 비용이나 환경오염은 나 몰라라 하는 정치인들의 행태가 참 씁쓸하다. 그래놓고 새해 복 많이 받으란다. 눈 가린 아옹이 참 어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