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사람들에게는 죽뱅이 절이라고 더 잘 알려진 죽림사. 어린 시절 소풍 가던 아련한 추억의 명소 죽림사를 찾았다. 새로 세워진 일주문을 지나 가파른 언덕길을 올랐다. 석달 전 전기누전 화재로 타버린 산신각 철거공사가 한창인 사찰내 주지실로 들어섰다.
공사가 완료되면 9월경 자축행사를 열겠다는 혜공 주지스님이 직접 원두를 갈아서 내어놓는 커피향이 진했다. 차가 아니고 커피라니? 무분별하게 들여오는 상업적인 중국 가짜 수입차들로 산방에서 수행중인 스님들의 건강을 많이 해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진하다는 말에 입맛에 맞춰 다시 내어 놓는 스님의 원두커피맛이 일품이다. 사형인 전임 주지 법의스님을 혜주로 모시고 지난 3월17일 그 후임으로 부임했다. 다음은 스님과의 일문일답.
-. 죽림사에 대해 소개해달라?죽림사는 신라 헌덕왕때(809년) 창건됐다. 극락보전 안의 아미타부처님은 7 80년 이상 된 고려 전기때의 철불상으로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425호로 지정됐다. 대웅전 화단 앞에는 고려 시대 석탑재가 남아있다. 죽림사는 영천의 기운을 생성시키는 삼산이수의 한 축을 이루는 금호강과 유봉산(遊鳳山) 사이에 250년된 16나한님이 모셔져 있는 장엄한 도량이다.
유봉산과 금호강 사이에 있어 영천의 기운을 팍팍 살려내고 있는 죽림사는 아늑하고 훈훈한 기운이 감도는 곳이라 기도처로서 최고다. 불자가 아닌 분들도 많이 찾는데, 산세가 편안하고 좋다며 산책하러 오는 분들도 적지않다. 불자, 비불자 가릴 것 없이 매월 5백명 이상이 찾는다. -. 청소년 힐링불교학교 구상은?학생들의 소풍 명소인 죽림사에서 우리 사회의 꿈나무들인 청소년들의 자유분방함을 살려주고 참된 인성을 길러주기 위한 힐링불교학교를 구상하고 있다.
주말을 이용해서 편안하게 아이들이 찾아와서 스님과 어울리면서 진로문제나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친구들간에 미 래에 대한 구상도 같이 나누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 나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독선적이기 보다는 상대를 먼저 배려하는 정신을 길러주고 싶다. -. 언제 주지로 부임?해인사 지족암에서 일타스님을 은사로 모시고 출가한 후 선방으로 선수행하러 많이 다녔다. 12년전 광주에서 대중포교를 위한 상거사라는 포교당을 운영하다가 지난 3월17일 죽림사 주지로 부임했다. 죽림사 혜주로 모신 법의스님, 은해사 주지 동관스님과 같이 훌륭하신 분들과 사형지간이라 행복하다. -. 죽림사의 비전은?신도들이 자유롭게 찾아와서 차를 마시며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사찰이 되면 좋겠다. 절에만 왔다가면 하루가 즐겁고 보람이 있는, 열린 불교, 열린 도량 죽림사를 만들고 싶다.
불자 비불자할 것 없이 영천하면 죽림사를 떠올리고, 죽림사에만 가면 뭔가 특별하고 평범함 속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아마추어들의 ‘청소년을 위한 죽림사 힐링음악회’도 매월 열면서 시민들과 더불어 즐거운 시간을 갖고 싶다.-. 불교도 보수적으로만 가는 것은 아닌가?보수적이라는 것은 소중한 옛것을 지키는 것이 보수다. 쓸데 없는 쓰레기를 다 모아서 지키는 것이 보수가 아니다. 보수 가운데서 현실에 안맞는 것을 현실에 맞게 부분부분 고치는 것이 진보지 확 뒤집는 것이 진보가 아니다.
이제 법당이 반은 의자가 되고 반은 바닥이 돼야한다. 나이드시고 허리아프신 분들은 앉아서 기도할 수 있도록 하고 젊은 사람들도 배려해야 한다. 절에만 가면 바닥에 무릎 꿇고 길게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나 성당과 같이 의자에 앉아서도 기도할 수 있으면 좋겠다. 잘못된 습관을 바꾸고, 예의범절을 갖추고 윗사람을 공경하면서도 주변을 돌아보고 배려하는 도량을 만들고 싶다.-. 영천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영천하면 너무 보수적이란 말을 듣는다. 보수적인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근데 영천지역 특성을 살리고 지키는 것은 좋은데 외지 사람들이 오거나 외부 문화가 들어올때 잘 받아들여서 영천에 맞게 승화시켜서 살기좋게 발전시키면 영천이 더 좋아질 것이다. 타지역 사람들이 와서 영천이라는 곳에서 푸근함,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우리 영천시민이 먼저 마음의 문을 열었으면 좋겠다.
아름답고 살기좋은, 편안한 영천 되도록 만드는 것은 영천사람들의 몫이다. 영천이 변화되어서, 팔공산 동쪽 동해바다를 바라보는 아름다운 영천에 기가 팍팍 살아나는 것이 바람이다.
<죽림사 소개>죽림사(竹林寺)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0교구 본사 은해사의 말사이다. 영천 시내 쪽에서 대구 쪽으로 가다가 영양교를 지나자마자 금호강을 따라 왼쪽(남쪽)으로 3Km쯤 내려가면 비교적 쉽게 죽림사를 찾아갈 수 있다.
죽림사는 신라시대 도선국사가 809년(헌덕왕 1)에 창건한 사찰이다. 그러나 그 뒤의 역사는 알려진 것이 없고, 조선시대에 들어와 임진왜란 때 전소되었다가 중건하였다. 그 뒤 1802년(순조 2년) 무렵에 사세가 쇠잔하여 당우가 퇴락되면서 거의 폐사되다시피 하였으나 1815년에 가선대부행동지중추부사(嘉善大夫行同知中樞府事) 임취봉(林就鳳), 절충장군 행룡기위부호군(折衝將軍行龍驥衛副護軍) 이상공(李尙恭), 절충장군행용기위 부호군 이한억(李漢億) 등에 의하여 다시 중건되었다. 이들은 모두 이 지방 출신인사들로 추정된다. 그 밖에 1830년(순조 30년)에도 한 차례 중수된 바 있다. 그러나 죽림사는 1950년의 한국전쟁으로 다시 한 번 폐사되었으며, 그 뒤 근래에 들어와 중창되었다. 최근에는 성수 스님이 1990년에 대웅전을, 그리고 1995년에 삼성각을 지었다. 또 2003년부터 지난 3월까지 주지를 맡았던 법의 스님(죽림사 혜주)이 6채의 당우를 번듯하게 세워놓고 일주문 공사를 끝내는 등 죽림사를 옛 모습 그대로 중창하는데 힘을 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