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화북면 오산리에 소재한 산자연중학교는 사(私, 死)교육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교육 현장에 산[生, SAN]교육을 실천하는 학교다. 10년의 특성화 교육 노하우를 바탕으로 2014년 학력 인정 대안학교로 정식 개교했다. 일반 학교와 차별화된 교육과정 운영으로 개교 첫해부터 전국 별빛 문학제, 화랑문화제, 발명 아이디어 그리기 등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하지만 이런 성과보다 제일 큰 성과는 학생들의 웃음이다.
학생 행복지수가 OECD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의 환한 웃음은 보기 드문 일이 된지 오래다. 정부에서는 자유학기제, 인성교육 강화, 선행학습 금지법 등 무너지고 있는 교육을 바로세우기 위해 많은 처방전을 내 놓고 있지만 교육 현장에는 그 약효가 전혀 통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학생 불행지수가 정부의 노력에 비례하여 증가하고 있으니 분명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문제점을 증명이라도 하듯 하루에 학교를 떠나는 학생이 168명이나 되며, 누적 학교 밖 청소년 수는 최대 36만 명이라는 조사 발표가 있었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웃음이 사라진 이유는 학생들이 학교와 수업, 나아가 공부에 대해서 의미를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학교는 교육과정 운영에 있어 소통을 전제로 하고 있다. 수업 선택부터 학생생활규칙 제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에서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서로 생각을 나누고 있다. 그 결과는 바로 소통으로 이어지며, 소통은 학생들에게 웃음을 되찾아 주었다. 웃음은 학부모들의 지원과 학생들의 교육 참여를 이끌어냈다. 각종 대회 입상, 전입생 증가 등 다양한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SAN교육이란 말 그대로 살아 있는 교육으로 인간교육, 인성교육이다. SAN은 Spirituality, Art, Nature의 약자로 S는 영성, 의미 찾기를 통한 내면화 교육을 뜻한다. A는 창의성 향상과 인성 함양을 위한 음악·미술·체육·예술 교육, N은 자연의 이치와 치유 및 진화 능력을 배우는 생태·노작 교육을 의미한다. 행복 학교, 생태 학교의 집약체인 SAN 교육을 위해 우리 학교는 창의·인성·영성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3부제 일과 운영, 과목별 블록 학년제, YHY 교실, 산자연인증제, 친환경봉사활동 등은 우리 학교만의 특색 있는 교육 프로그램들이다.
우리 학교 교육과정 운영의 핵심은 교과 수업은 물론 특성화 수업까지 모두 학생들이 선택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하다 보니 수업에 대한 참여도나 집중도가 높다. 교사 홀로 수업하는 일반 학교 수업과는 확연히 다른 점이다.
산자연중학교가 시행하고 있는 탄력적인 일과 운영은 지금 일부 학년에만 시행되고 있는 자유학기제의 발전된 모습이다. 즉 집중력이 높은 오전에는 지식 교과를, 활동하기 좋은 오후 시간에는 동아리, 청소년성장프로그램 등 창의 인성 교과를, 저녁 시간에는 YHY 교실, 자율 동아리 등 자율 교과를 편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하루 종일 교실에 앉아 수업만 듣는 일반 학교의 모습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모습이다.
또 하나의 특색 프로그램인 YHY 교실의 YHY는 Youth Helping Youth의 약자로 청소년이 청소년을 돕는 재능 기부 교실이다. YHY 교실은 나밖에 모르는 청소년들이 서로를 돕는 과정에서 나와 너가 아닌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배우고, 나아가 서로 다름으로써 같고, 같음으로써 다르다는 공동체 삶의 방식을 익히는 인성 교육의 산 교실인 것이다.
학교 폭력, 청소년 자살 등 학교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된 지 오래다. 많은 교육학자들과 사회학자들은 학교가 겪고 있는 성장통의 원인으로 인성교육 부재를 들었다. 그래서 인성교육 법제화까지 추진되고 있는 시점에서 YHY 교실이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YHY 교실과 더불어 노작교육, 친환경봉사활동, 산자연생태도감 등은 형식적인 인성 교육 프로그램 일색인 일선 학교에서 실질적인 인성교육 강화 프로그램으로 밴치마킹 하기에 좋은 프로그램들이다. 이 외에도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하는 가족 친화의 날, 식자재의 생산지를 방문하여 먹거리의 생산 및 유통 과정을 직접 봄으로써 먹거리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는 산지 여정 등 일반 학교에서는 볼 수 없는 특성화된 교과들이 운영되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 급증, 교실 붕괴를 넘은 공교육 무용론까지 제기 되고 있는 요즘 웃음 가득한 학생들이 행복하게 살아 있는 공부를 하는 산자연중학교의 SAN 교육 이야기는 우리 교육계의 새로운 화두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