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는 고급스런 레스토랑답게 인테리어의 끝판 왕 같았다. 출입구를 열면 바오바브나무가 일렬로 도열해있다. 물론 인위적으로 만든 조화 나무지만 그 스케일에 압도당한다. 천장까지 닿아 우뚝 솟아있는 위풍당당한 바오바브 사이로 자이언트 선인장이 간결함과 단순미를 더하고 있었다. 너무 튀는 인테리어로 생뚱맞아 보일 수 있지만, 조화와 생화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리듬감을 주고 있었다. 천장의 높이를 받쳐주는 과감한 자인트선인장을 배치하여 아프리카 안에 들어왔다는 것을 실감나게 해주었다. 가구나 조명은 디테일하게 좌석마다에 다른 빛, 다른 색상으로 맞이하고 있었다. 품격이 있었다. 나는 지금 아프리카의 손님으로 앉아있다는 자긍심이 느껴졌다.
남편은 십 분쯤 늦어진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매번 약속시간마다 늦게 도착하는 남편에게 한마디 했지만, 쿠션 좋은 의자와 은은한 향기로 십 분쯤은 허니 타임이었다. 옆 좌석은 이마가 보일락 말락한 높이의 칸막이가 처져 있었다. 그렇더라고 약간 언성을 높이게 되면 대화가 들릴법한데 악에 받치거나, 힘들어하지 않는 사람들만 드나드는 걸까, 흑인음악만 홀 안을 메우고 있었다. 비트와 그루브가 흥건한 음악 안에서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나는 첨벙첨벙 발을 담그고 있었다. 약간의 어깨 짓과 흑인음악만의 절절함까지. 옆 좌석에는 웨이타가 와인을 가져왔다. 발효되는 과정에서 3프로는 천사의 몫으로 내어주는 로맨틱한 와인의 향기를 맡기 위해 큼큼거렸다. 혹시라도 개봉했을 때 진한 향기를 옆 좌석에서 맡는다면 이 또한 삶의 보너스가 아닐까. 남편은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맞은편에 앉았다. 각 휴지크기의 포장된 선물 하나를 손에 쥐고. 나는 못 본 척, 선물 따위는 관심 없는 투로 물었다. 덥지? 남편은 덥다는 대답대신 손등으로 이마를 문질렀다. 웨이타가 주문을 기다렸다. A코스로 주세요. 남편은 윗도리를 벗으며 주문했다. 이곳엔 처음이지? 남편이 물었다. 그러는 그대도 처음이지? 내가 물었다.
당연하지. 동시에 대답했다. 그리고 눈을 마주치며 웃고 하이파이브도 했다. 그때만큼은 같은 색깔, 같은 느낌, 같은 편 같았다. 한마디로 죽이 잘 맞았다. 수우프가 먼저 테이블에 놓여졌다. 남편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양송이 크림 수우프래. 무심한 듯 갖춰지는 반찬에서 질서와 품격과 운율이 있었다. 셋팅을 마친 테이블은 찬란한 개화의 모습 그대로였다. 이미 아프리카에 주눅이 들어있어서 하나같이 부풀려 보여서인지, 감탄사를 연발하는 내게 남편은 찡긋 윙크를 했다. 짜식 제법 감동이네. 속말이 밖으로 튀어나와 내가 놀란 눈으로 남편을 봤다. 남편은 어깨를 우쭐했다. 이말 칭찬이지? 당근. 나는 재빨리 대답했다.
디너쇼에 타잔과 제인과 치이타가 무대에 등장해. 어때? 기대되지? 남편은 나이프로 고기를 썰며 말했다. 뭔 씨알도 안 먹히는 말. 그만해라. 놀리는 거지? 남편이 썰어놓은 고기를 씹으며 미심쩍은 투로 물었다. 흰곰모양의 와인 마개로 와인을 개봉했다. 레드와인은 향, 풍미, 질감을 아낌없이 우리에게 제공했다. 와인 잔에 채워질 때, 유리잔과 와인의 경쾌한 울림이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