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과 한 몸처럼 붙어서 먹던 우리는 시들해졌다. 어느 정도 배가 불러지고, 잔반이 접시에서 많아지자 포크도 나이프도 한가해졌다. 테이블이 정리 되었다. 남편은 가져온 선물을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나는 잔뜩 긴장했다. 뭐기에 저렇게 뜸을 들였을까. 그렇지만 관심을 들키지 않으려고 손거울로 화장을 고치며 한마디 툭 던졌다. 뭐? 남편은 내 무관심의 저의를 알아챘는지 입가에 웃음을 머금으며 포장을 뜯었다. 포장지까지 뜯도록 해야 하는데, 내가 수고를 들어줄게. 포장지를 테이블 밑 휴지통에 집어넣으며 내 쪽으로 스윽 밀어놓았다. 빨간 종이박스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뚜껑을 열었다 순간 밖으로 튀어나오려고 잔뜩 웅크리고 있던 용수철 인형이 호기심어린 내 얼굴로 퉁 튀어 올랐다. 하마터면 부딪힐 뻔했다. 뭐야, 이게? 내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나랑 결혼해 줄래? 튀어나온 용수철 인형의 녹음된 멘트였다. 뭐야와 결혼해 줄래가 뒤섞여 순간적으로 내가 무슨 말을 들었는지 혼란스러웠다. 남편은 그 광경이 웃겼는지 벙긋거리고 있었다. 얘는 뭐구, 얘가 뭐라고 하는 거야? 이미 아프리카에 예약했다는 것을 전해 들었을 때부터 짐작은 했지만 ,당황스런 프로 포즈에 한방 맞은 기분이었다. 내가 혹시 잘못 들은 건 아니겠지? 결혼하자고 했든가.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벙긋벙긋 거리던 남편이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나도 그렇게 들었어.기대에 찬 프로 포즈는 용수철 인형의 멘트로 끝이 나는듯했다. 나도 굳이 대답대신 요즘 연하의 남자들은 이런 방법으로 프로 포즈를 하는 건가로 어물쩍 넘어가고 싶었다. 새삼 감격하여 남편의 서프라이즈에 동조하고 싶지 않았다. 디너쇼가 시작됐다. 얼굴이 알려진 개그맨이 몇 가지 마술을 보이며 사회를 보고 있었다. 언더그라운더 가수들의 노래가 이어지고 개그맨이 테이블마다를 돌며 장미꽃 한 송이를 선물로 주고 있었다. 타잔이 나온다는 말 거짓말이지? 우리 테이블 가까이에 개그맨이 온 줄 모르고 남편에게 물었다. 개그맨이 과장된 몸짓으로 품속에서 장미꽃을 내게 건넸다. 남자 분, 오해는 하지 마세요. 다만 여자 분의 분위기에 제가 건네고 말았네요. 남편은 개그맨에게 악수를 하며 한마디 던졌다. 네버. 개그맨은 테이블 순례가 끝나고 무대로 올라갔다. 자, 제가 테이블마다에 장미꽃 한 송이씩을 드렸습니다. 곧 아프리카는 불이 꺼질 겁니다. 어둠이 내린 아프리카를 밝혀줄 빛이 어딘가에서 보석처럼 빛날 겁니다. 그분께 오늘 아프리카가 준비한 행운의 선물, 바로 이 반지를 드리겠습니다. 어떻게 불이 켜진 것을 알 수 있냐고요? 장미꽃에서 어떻게 빛이 빛날 수 있냐고요? 그런 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프리카가 그 해답을 찾아드리겠습니다. 지금부터 셋을 세겠습니다. 그러면 삼분동안 아프리카는 어둠속에 잠길 겁니다. 바로 삼분동안 어둠속에 있는 아프리카를 밝혀줄 빛 한 점이 어느 테이블에선가 영롱하게 빛날 겁니다. 바로 그 테이블이, 아니 빛을 발하는 장미꽃을 든 분이 오늘의 주인공이자 타잔과 하룻밤을 보낼 제인이기도 합니다. 여자 분이 제인이면 당연히 남자 분은 타잔입니다. 타잔 특유의 목소리로 제인을 축복해주시기 바랍니다. 하나, 두울, 셋. 구령이 끝나자 아프리카의 형형색색 전등이 모두 꺼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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