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 튀김까지 남편은 호기롭게 시켰다. 나는 주문한 추어탕이 오기 전, 남편과 마주앉아 생각했다. 남편은 휴대폰을 검색 중이었다. 이 남자. 비록 여섯 살 적은 나이로 마주 앉았지만 마음이 끌렸다. 마음이 끌렸다는 것은 다가가고자 하는 간격이 좁아졌다. 한 발을 들여 놓을 수 있는 자리를 남자에게서 확보했다.여섯 살 적은 나이는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오늘밤 저 남자의 품속을 파고들리라. 솔직히 결혼은 그 이후의 사건이고 지금 이 순간만을 즐기자. 남편의 얼굴을 디테일하게 쳐다봤다. 반듯한 이마에 짙지도 가늘지도 않는 눈썹, 살아있는 콧날, 눈밑에 약간의 애교 살, 오동통한 귓밥, 붉은 빛의 입술, 건강한 목선, 황색인종의 적합한 피부, 머리숱이 촘촘한 검은 머리, 보일락 말락 한 보조개며 선이 좋은 어깨까지, 오늘은 남편에게서 장점만을 찾아내자. 그래야만 오늘 외박하는 이유를 씩씩하게 나에게 들려줄 수 있지 않을까.추어탕과 미꾸라지 튀김이 왔다. 남편은 부산하게 밑반찬을 내 앞으로 배치했다. 무뚝뚝하지 않고 자상하다는 증거다. 작은것도 놓치지 않고 열심히 장점 찾기에 돌입했다. 청양고추와 찧은 마늘과 들깨가루와 산초가루를 내그릇에 남편은 넣어주었다. 휘 저어세요. 남편의 음색이 맑고 쾌청했다.오늘 단단히 콩깍지가 씌였구나. 숟가락으로 국을 저어면서 웃음이 쿡쿡 났다. 남편은 배가 고팠는지 추어탕을 열심히 먹고 있었다. 은근히 내마음을 들키고 싶어 튀김하나를 남편의 숟가락에 올려 주었다. 순간 서로 눈이 마주쳤다. 식당만 아니라면, 어떻게 되든 말든 식탁 위를 쓸어 버리고 짐승처럼 달려들어 서로를 탐하고 싶은 눈빛으로 남편의 눈은 이글 거렸다. 거기에 기름을 붓듯 어깨 짓으로 겸연쩍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남편은 환하게 웃었다. 이후에 어떠한 일이 벌어지리란 확신의 웃음이었다. 굳이 남편의 행동과 생각을 제지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내가 허락했으니까. 내가 허락하여 그쪽으로 이미 가고 있으니까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만약 남편과 같이 있고 싶은 오늘 밤이, 어긋나지 않는 오늘 밤이길 튀김을 씹으며 생각했다.어느 정도 그릇이 비워졌을 때 남편은 창밖을 봤다. 햇살이 여전했다. 식당 안으로 살포시 내려앉는 햇살한 움큼을 잡기위해 손바닥을 펼쳤다.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처럼 놀랍도록 손바닥으로 스며들었다.남편이 계산대로 가고 나는 밖으로 나왔다. 사과향기가 청송 시내에도 배여 있는 것 같았다. 사과라는브랜드는 청송과 연결되어져, 청송에 가면 사과가 떠오르고 사과를 생각하면 청송이 떠올랐다. 남편이 옆으로 다가와 손을 잡았다. 가실까요? 남편은 목소리로 간지럼을 먹였다. 내가 이 남자를 간절히 원하고, 어디든 따라간다는 결심이 섰을 때 예사롭지 않는 느낌을 감지 할 수가 있었다. 발과 손과 몸짓과 목소리와 작은 스킨십까지 남편의 몸 어디에 내 연결고리가 딸깍 채워져 있었다.아주 미세한 바람결에도 남편의 향기를 맡았다. 그렇다고 나는 첫 경험은 아니었다. 몇몇의 남자들이 거쳐갔다. 그땐 간절한 것은 없었다. 절실한 것도 없었다. 묵묵히 암컷으로 수컷을 받아 들였을 뿐이었다. 본능에 가까운 섹스를 하고 헤어졌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