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정보가 스마트폰 하나로 검색되는 세상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다.그러면서 얻어지는 정보는 자신을 더욱 더 파이팅하게 만들든지, 좌절의 수렁으로 밀어 넣게 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절망했을까. 누구에게도 그 사실을 얘기 할 수 없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의 비밀처럼 곪아가는 자신의 속을 안고 살아가야하는 병구가 측은해 보이기 시작했다. 희망적인 말을 들려주고 싶었지만 적당한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병구를 팔베개로 감싸서 가슴으로 안아주었다. 내 심장박동 소리만 쿵쿵 요동치고 있었다. 병구의 몸을 쓰다듬어 주었다. 어쩌면 말랑말랑한 병구의 인생을 딱딱하게 굳게 만들어, 이성에 눈을 뜨는 새로운 출구를 열어주고싶었다. 마치 혼자서 북치고 장구 치는듯, 내 몸은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그는 시큰둥한 체온이었다. 병구는 발을 내다 걸은 음식점 안처럼 분명하지 않고 흐릿한 풍경처럼 다가왔다. 그럴수록 내 몸은 강렬했고 다가가고자 하는 열정은 치열했다. 놓칠 수 없는 두레박 끈처럼 두 손에 힘을 쥐고 사투를 벌였다. 병구의 엉덩이를 가볍게 때리면서 결승점을 향한 속력을 채근했다. 이젠 부끄러움도 없었다.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해준다는 일념뿐이었다. 병구의 남자를 계란처럼 쥐었다. 깨지지 않고 병아리로 부화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굴러주기도, 체온을 보태주기도 했다. “노력은 고맙지만, 이번 삶은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살다가 마감해야 할 것 같아.” 병구의 말을 덮어버리기 위해 내 입술을 입술에 포개었다.“아무 말 하지 마. 아직은 속단도, 포기도 하지 마. 알았어?” 내 노력이 병구에게 전달 되었는지 약간은 적극적인 자세로 받아들였다. 병구는 자신의 몸 안에 모든 창문을 열어놓기 시작했다. 창문이 하나씩 열릴 때마다 비례적으로 남자가 커지기 시작 했다. 좋은 현상이었고 좋은 느낌이었다. 얼마나 많은 창문이열려야 거침없는 맹수처럼 포효하며 달려들까. 수십 개의 창문이 열리면 가장 깊숙한 곳에 마지막 남은 창문 하나가 빗장을 풀어야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섹스는 여지없이 마지막 창문의 빗장이 풀어져 모든 감정의 정상을 향해 치달을 수 있는 허락이 유효했다. 그러나 병구는 마지막 창문을 열지 못했다. 열고 싶다는 움직임은 충분히 보였다. 아쉬움과 절망이 뒤섞인 보챔도 있었다. 부풀어 올라 빵빵한 풍선에 바늘이라도 닿으면 이내 터져버릴 것 같은 두려움도 있었다. 한 번도 남자를 맛보지 못한 내 순결에 대한 아우성도 있었다. 훗날 이 남자를 기억할 때 첫 남자였다고 목록에 올려도 될까. 작고 가냘픈 실핏줄이 보이는 손으로 나를 제지 했다. “그만, 그만.” 병구의 그만이라는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제 놓아주자.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이미 음정무시 관객무시 자아도취 하는 절대음치에게 가수가 되진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자리에서 부를 수 있는 실력을 전수해주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까. 설사 노래실력이 나아진다 해도 피나는 노력 끝에 얻은 한 곡만 무난하게 부를수 있지, 다른 곡은 다시 양동이를 덮어 쓴 채 맹연습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내가 음치니까 누구보다도 잘 안다. “노래 잘하면 가수되지, 괜찮아 불러 봐” 하는 소리를 종종 듣지만 정작 노래를 부르면 귀를 막거나 딴 짓을 한다.병구도 마찬가지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