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남자로 목록을 채우기엔 애매하지만 성소수자의 고민과 소외를 이해한다는 선에서 그를 보내주었다. 한때 강의실 창가에 앉아 햇살 머금은 병구의 얼굴은 다가가고 싶은 설렘이었다. 많은 학우들과 강의를 들었지만 언제나 둘만 있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그만큼 바라기를 하고 있었다. 그의 실체를 알았을때, 적지 않은 충격에 빠졌지만 이해하는 쪽에 섰다. 누구에게도 예외는 있을 수 있으니까. 그와 같은 부류의 사람을 만나면 순탄한 사랑도 허용되고 괴로워할 일이 더 이상 생기지 않은 행복을 찾기를 빌어주었다.두 번째 남자를 만났다. 주말인데도 딱히 갈 곳이 없는 느긋한 발걸음으로 배회하고 있었다. D초등학교는 총동창회의 열기로 뜨거웠다. 만국기가 펄럭였고 학교 앞 도로는 차들로 북적 거렸다. 운동장은 천막으로 가득 채워져 학교 역사를 가늠하게 했다. 교단위에는 노래자랑으로 사람들이 빼곡했다. 여기저기 흥청대고 여기저기 함성이 들려왔다. 나는 사람들을 피해 구석에서 여름으로 가는 햇빛을 피하고 있었다. 교재원에 는 기린과 사자동상이 보였다. 작은 연못과 지질단면도가 두텁게 만들 어져 호기심을 유발시켰다. 포자를 머금고 곧 세상 속으로 날아갈 듯 팽팽하게 긴장한 민들레꽃이 교재원 잔디를 뒤덮고 있었다. “반갑다. 친구야!” 무대 겸 교단에 올라선 사회자의 외침이 있었다. 그러자 곳곳에서 “반갑다. 친구야!”가 한목소리로 교정을 들썩 거리게 했다. 교재원 벤치에 다행스럽게 오후의 그늘을, 느티나무가 만들어 내고 있었다. 앉을까, 생각하면서 벤치에 앉았다. 목적지 없이 나설 때면 새로운 사건과 일상으로 맞닥뜨릴 때가 있다. 예기치 않은 놀라움이라면 배가된다. 주위의 풍경을 보면서 센티해지는 내 발밑에 있는 종이에 눈길이 멎었다. 호기심으로 집어 들었다.경품 번 호가 적힌 행운권이었다. 누군가 흘려버린 모양이었다 . 146번. 가만히 번호를 입안에 굴러보았다. 왠지 부드럽고 달콤하게 146이라는 숫자가 입안에 착 달라붙었다. 싫지 않았다. 언제 146이라는 숫자를 불러보았거나 나를 대신할 호명의 번호가 된 적은 있었는가. 한 번도 그런 적은 없었다.그런데 낯설지 않았고 심지어 그 번호에 애착을 느끼고 있었다. 비밀번호에 꼭 146을 넣어 애지중지 하고 싶어졌다. 그런 생각 탓일까. 갑자기 우렁차게 146번이 호명되고 있었다.순간 몸을 일으켜 소리 나는 교단을 보았다. “한 번 더 부르겠습니다. 146번. 뛰어 나오시지 않으면 무효표로 처리 하겠습니다.” 앞뒤 잴 것 없이 으라차차 나는 뛰어나갔다. “아주 젊으신 분이 뛰어 나오시는 군요. 경품은 행운권 가지신 분이 당연히 주인입니다. 박수 한 번 주세요.” 사회자의 말에 졸지에 박수와 자전거를 받았다. 짓궂은 사회자는 경품으로 받은 자전거를 끌고 가지 말고 타고 가라고 했다. “자전거를 못타면 시집도 못가고 경품도 뺏긴다네. 아 얄미운 사람.” 다행히 자전거 타는 정도는 익히고 있어서 껑충 올라타고 운동장을 빠져나왔다. 떨리고 두근거리고, 찾아온 행운에 대해 어안이 벙벙했다. 약간은 겸연쩍고 어색하게 학교를 벗어나 놀이터로 접어들었다.상표도 때지 않은 자전거를 타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방황과 모험속의 어느 날로 들어온 느낌이었다. 고작 자전거 한 대로.-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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