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장이 내게 보낸 결혼선물이야.” 결혼선물? “너 결혼했니?” “그래서 너를 부른 거야. 우리 두 사람 증인이 돼 달라는 거지.” 지프는 한탄강 어귀에 도착했다. 이미 운전병과 무슨 약속이 되어 있었는지 앉은뱅이 상에 촛불 두 개를 밝혀 부산하게 올려놓았다. 운전병은 식의 진행을 적어 놓은 종이를 보면서 읽기시작했다. 오월의 향기에 빠진 한탄강은 흐르고 있었다. 나는 은영이를 생각했다. 그리고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 내가 원망스러웠다. 물론 병구가 알려주지 않아서 몰랐지만 그래도 추측은 가능했으리라. 아무튼 그들에게 의미심장한 말이라도 해줘야 한다는 무게로 기우뚱거리고 있을 때였다. 이미 식이 끝났는지 두 사람은 운전병과 나를 남겨둔 채 깊은 입맞춤을 했다. 자연히지프에서 운전병과 기다렸다. “친구 분이니까, 더 잘 아시겠지만, 최중사님이 얼마나 저 여자와 살 지 의문입니다.”“그게…….” “전 그렇습니다. 분명 센티한 감정으로 저 여자를 선택했다고 봅니다. 최중사님은 사랑이라고 덧칠을 하지만 곧 빗물에 씻겨 바닥이 드러나고 후회하게 될걸요. 종내에는 저 여자도 불쌍하게 되고 최 중사님도 마음의 상처는 남게 되겠죠. 저 여자에게 얼마나 많은 군바리들이 거쳐 갔는지 아십니까. 꽤 알려진 갈보였어요.”오월은 그래서 마음이 풍요로워지는가 보다. 햇살의 부스러기들이 나직한 모습으로 바닥에 엎드러져 저마다 노래를 부르고, 물결은 고요한데 분명 바람은 향기를 싣고 불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설악산으로 신혼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서울까지 행복해서 미치겠다는 비명이 들려올 때 신혼 방을 습격하겠노라고 병구와 악수를 했다. 여자에게는 예의 눈인사만 주고받았다.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차멀미를 했다.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한탄강에서 안주삼아 먹었던 오징어가 체한 것일까. 비닐봉지에 가득 토해놓고 보니 오장육부를 다 드러낸 듯 통쾌함도 없지 않았다. 저녁공기는 한기를 느낄 정도로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했다. 놀이터를 지나 아파트 입구에서 편지함을 확인했다. 내 수필이 실려 있는 악기회사 사보가 꽂혀있었다. 사보를 손에 쥐고 엘리베이트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저쪽에서 나를 본 수위가뛰어 왔다.“선생님 큰일 났습니다. 사모님께서돌아 가셨습니다. 빨리 경찰서로 가보시죠.”나는 병원이 아니고 왜 경찰서냐고물어볼 겨를도 없이 허둥지둥 경찰서를 향해 뛰었다.“은영이!” 사복 차림을 한 건장한 남자 두 명이내게 다가왔다.“죽은 여자의 남편 되십니까?” 물기 하나 없는 건조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그렇습니다만 은영이는 어디에 있습니까?”-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