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병원 영안실에 안치되어 있습니다. 목뼈가 부러졌어요. 강간한 흔적도 없고 누군가 언덕 위에서 밀어버린 것 같습니다.” 아, 그럴 수가…… 그렇다면 은영이는 정말로 공중회전을 행동에 옮겼구나. “그런데 이상한 것은 시체를 옮긴 흔적도 없고, 강간이라든지, 금품을 노렸다든지 그런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자전거와 함께 발견되었는데 그런 곳에서 자전거를 탄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질 않고…… 자살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수긍이 가지 않습니다. 그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지석훈 씨 오늘 알리바이를 입증할 증인이 있습니까?”  나는 그들에게 은영이가 자전거 하나로 세상을 바꾸어 보려고 했던 것에 대해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 아니 이야기 할 수가 없었다. 설혹 이야기 한다 하더라도 그들은 영원히 이해하지 못하리라. 알리바이가 확인되었다. 나를 풀어주었다. 경찰은 아무 증거도 찾지 못하고 미궁 속에서 해매이다가 수사를 일단락 짓고 말리라. 은영이 부모의 죽음과 연관하여 자살로 마무리 지을 것이다. 그러나분명 아니다. 자살이 아니고 아름다운 도전이었다는 것을. 나는 병원에 찾아갔다. 시체부검이 끝나고 이상이 없으면 삼일 후 찾아가라는 것이었다. 아파트에 왔을 때 비로소 은영이의 부재감을 극도로 느꼈다. 그녀가내게 남기고 간 것은 무엇일까. 그렇다. 은미가 있다. 나는 부랴부랴 수의실로 뛰어갔다. “그 사람 자전거 여기 있죠?”“예, 단서가 될지 모른다고, 일단 여기 놔두었죠.” 수위실 옆에 은미가 누워 있었다. 나는 일으켜 세웠다. “함부로 건들면 안 된다고 했는데” “괜찮습니다. 금방 갔다 오겠습니다” 은미의 등에 내 체중을 실었다. 생각보다 빠르게 달렸다. 아파트 뒤로 돌아 짐승처럼 웅크리고 있는 언덕 앞에서 우뚝 멈추었다. 어둠은 한 목소리로 깊어지고 있었다. 언덕을 은미와 함께 오르는 동안 어둠 사이로 풀벌레소리가 들려 왔다. 언덕이 끝나는 곳에서 은미의 등에 올라탔다. 은영아 보고 있니. 공중회전은 이렇게 하는거야. 앞으로 체중을 실으면서 힘차게 페달을 밟자 은미와 나는 허공에 떠 있었다. 그 짧은 순간에 핸들을 틀면서 공중회전에 도전하고 있었다. (여자는) 남자는. 발코니에 오래전부터 망가진 장난감처럼 버려져 있었다. 긴 겨울을 예고하는 살얼음이 창밖으로부터 얼었다. 넓은 창안으로 습자지처럼 성에가 번져드는 것이 보였다. 멀리 밤 열차의 레일소리가 아련하게 귓전에 찰랑이며 남자의 손끝이 온기를 느끼기 위해 카펫 섶으로 찾아들었다. 동이 트기 위해 먹먹하게 짖어대는 햇살들이 종으로 횡으로 꽂혀져 한 목소리로 뭉텅 뭉텅 모여들었다. 남자가 미간을 찡그렸다. 아침이었다. 겨울이었다. -계속
즐겨찾기+ 최종편집: 2025-05-02 03:31:09 회원가입 전체기사보기 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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