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있지 않아 남자의 적응된 시야에 불명확하고, 어둡고 거친 풍경들이 속속들이 제 모습을 갖추어 드러나기 시작했다. 룸은 다섯 평 남짓하며 이 끝과 저 끝을 꽉 채운 소파가 출입문 맞은편에 위풍당당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탁자는 소파의 반 크기로 양주 두병이 이미 올려 져 있었다. 마치 이집의 영업방침으로 양주두병이 기본인 것처럼. 한눈에 봐도 고급 브랜디로 보이는 루이브루와 마트에서 살 수 있는 윈져블랙이 탁자의 중심을 잡고 있었다. 남자는 칵테일 바에서 몇 년 동안 알바를 한 적이 있어서 다행히 알아봤다. 그렇지만 껍데기만 들락날락하고 정작 속은 가짜양주로 채운다고 공공연히 떠도는 소문을 남자는 알고 있었다. 양쪽에 나눠 앉은 여자 두 명의 통성명이 시작됐다. 곧 스탠바이도 없이 큐가 시작되었다는 확실한 못 박기였다. -김상사에요.왼쪽에 앉아 있는 여자가 술잔에 양주를 따르며 맞받아쳤다.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를 아시려나? 난 호박에 줄긋다가 수박이 된 수박이에용.남자가 픽 웃었다. 김상사가 포크에 깍은 배를 찍어 남자 입에 넣어주었다. 화장으로 가렸지만 얼굴에 칼자국이 드러나 치열한 삶을 조금 엿본 듯도 했다. -왜, 김상사죠? 남자는 앞에 놓인 양주를 털어 넣으며 지나가는 투로 물었다. -아빠의 18번이라서 흥얼흥얼 거리니까 이 년들이 붙여줬어요. 은근히 싫지 않아 닉으로 갖게 되었어요. 수박이 남자의 허벅지에 자신의 다리를 올려놓았다. -아휴, 다리가 우리보다 가늘어. 얼굴도 예쁘장하게 생겼고. 오늘 이 아저씨 찜. -아가씨는 왜 호박에 줄긋다가 수박이 된 수박이죠?수박이 입을 가리고 폴폴 웃었다.-호박으로 양귀비에 들어왔는데 날이 갈수록 예쁘다는 소리를 솔솔 듣게 되잖아요. 물론 얼굴만 예쁠까 호호. 단골도 생기고, 중요한 것은 비장의 무기를 속에 감추고 있으니 원나잇으로 끝나고 싶지 않은 단골들이 수박이라고 부르죠.노크소리에 곧 문이 열리고 웨이터가 과일안주를 탁자에 올려놓았다. 김상사가 남자의 옆구리를 꾹 찔렀다. 남자가 영문을 몰라서 김상사를 쳐다봤다. 그러자 수박이 남자의 귓밥에 혀로 한 번 핥고는 달달하고 은밀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팁, 팁 말이야.남자는 호기 있게 외쳤다.-아! 팁. 계산서에 포함해요. -아잉, 팁은 계산서에 넣을 수 없는데.수박의 손이 남자의 사타구니를 쓰다듬고 있었다. -계산서에 팁이라고 쓰지 않고 안주 하나 더 들어온 거로 써도 되겠지.김상사가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알아서 챙겨준다며 웨이터에게 원을 그렸다. 웨이터가 나가자 김상사와 수박은 옷을 벗기 시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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