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생각했다. 잠깐 이성에게서 느낀 감정의 근원을 송두리 채 묵살하기엔 너무 절실했고 약간의 동요도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혹시 성정체성의 해답을 찾기 위한 해답이 풀린 것은 아닐까. 남자라고 온전히 말해주는 성기의 움직임은 있었다. 미세했다고 하기엔 불끈 솟아올랐으며 지속력이 짧았지만 강렬했다. 이성을 받아들이는 가능성을 제시해 주었다. 자신도 몰랐던 숨은 그림 찾기를 두 여자가 힘들이지 않고 본능을 보여준 셈이었다. 느낌은 어떠했을까. 두 여자의 손이 민감한 부분을 터치했을 때 촉수는 분명히 움직였다. 앞으로 나갈 것인가, 뒤로 물러설 것인가의 확연한 외침이 없었다는 것에 실망스러웠지만 수술이 최선이 아니다 라는 진중한 대답은 들을 수 있었다. 남자는 살아오면서 무수히 던진 질문은 이성에게 시선이 가지 않는 자신의 처지에 관한 반항이었다. 억울함도 편하지 않는 지금의 심정을 실어 외치고 외쳤다. 이대로의 지속적인 삶이 옳은 것인가. 절대자가 있다면 순리를 벗어난 일탈로 덧씌어 진 패배자로 살게 한 불량품이 분명한데 왜 버리지 않았을까. 하물며 인간인 도공조차도 몇날 며칠을 밤낮으로 불 조절을 해가며 구운 도자기를 약간의 흠집, 약간의 미완만 눈에 띄어도 가차 없이 깨트리고 마는 단호함이 있는데 절대자는 왜 삶의 첫 단추가 어긋난 남자를 세상에 내보냈을까. 목구멍에 숨이 찰 정도의 두려움과 혼란스러움으로 남자가 혼자 감당했던 시간이 뭉텅뭉텅 지나갔다. 누구에게도 털어 놓을 수 없고 누구와도 나누어 가질 수 없는 바늘 끝처럼 아프고, 지랄 맞는 현실은 매일 매일 눈을 뜨면 다가와 있었다. 살아온 날을 돌아 봐도 너무 힘들었다는 것밖에 보이지 않았다. 살아갈 날을 쳐다봐도 너무 힘들 것이라는 밖에 또한 보이지 않았다.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는 어머니는 자신이 죄인이라고 했다. 그런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어머니 먼저 목숨을 끊는다는 것은 죄인의 멍에에 대역죄인의 올가미를 보태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도저도 아니고 엄청난 소용돌이 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때 남겨둔 최선이라고 생각하자. 자살은. 풋풋한 젊은 날을 누려할 시기에 남자는 불안과 걱정으로 진통을 겪고 있었다. 일상 안에서 남자가 옮겨야 하는 보폭은 늘 휘청 거렸다. 인정하기엔 억울하고 받아들이기엔 정말 힘들었다. 그러나 이대로 안고 가기엔 너무 많은 뒤틀림과 삐걱거림이 온전하게 하루치를 보장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다. 보이는 것이 죄다 사실이고 느끼는 것이 죄다 현실은 아니다 라고 내린 결론은 남자를 비분강개하게 했다. 의기소침하게 하기도 했다. 답답하고 슬펐다. 늘 삶은 오리무중이었다. 끝과 끝에서 아슬아슬하게 외줄묘기를 보이는 남자의 손끝은 저렸다. 벽에 등을 붙이고 오랫동안 멍하니 서 있은 적도 있었다. 지붕이 내려앉고 방바닥이 꺼지길 바라며, 어느 순간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기억마저 움푹 들어내 갔으면 하는 정상적이지 않는 소원 안에 있었다. 그 소원이 이루어지길 기도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아무런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여전히 집밖은 사람소리, 자동차 소리, 새소리, 길고양이 소리로 살아온 날들처럼 채워져 있었다. 남자만 섞이지 못하고 시간만 찢고 있는 셈이었다. 전화는 켜두었지만 누구의 울림도 없었다. 트렌스 젠더를 만나겠다고 남자가 결심했다. 잊고 있던 김상사와 수박이 적극성을 띤 움직임으로 달려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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