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스 젠더라는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마치 도태된 꼬리를 엉덩이에서 만진 반가움이기도 했다. 망설이고 고민하고 있는 무게에 대한 해답을 찾아줄 것 같았다. 오럴 섹스로 사정을 했지만 억지로 꿰맞춘 지금의 심정을 보상받고 싶은 조급함 마음에서 필요이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상사와 수박과 섹스에서 뒤죽박죽되고 찜찜한 자신을 보상받고 싶은 마음이 더 컸는지 알 수 없다. 이성이었지만 동성처럼 촉수가 민감하게 살아나지 않는 이 우라질 같은 느낌의 끝은 어디일까. 아무도 어루만져주지 못하고 아무도 달래주지 못하는 헛헛한 기운은 언제까지 안고 간단 말인가. 남자는 적극적으로 지갑에서 오만 원 권 두 장을 꺼내 한사람씩 건네주었다. 그 해답은 트렌스 젠더를 만나면서 더욱 분명해지고 자명해질게다. 혹시나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만남이 꼬리를 감출 우려를 계산한 선심으로 팁을 건넸다. 웨이터가 계산서를 룸으로 가져왔다. 75만원이 적혀있었다. 남자는 카드를 주었다. 바가지를 썼는지 적당한 가격인지 알 수 없었다. 남자는 처음으로 변형된 카페에서 술을 마셨고 룸서비스라며 오럴섹스도 받았다. 웨이터 팁이며 웨츄레스 팁까지 합하면 90만원을 쓴 셈이었다. 무언가 인생의 끝에서 아슬아슬하게 외줄을 타고 살아가는 곡예에 비해선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런 일탈이 주는 럭비공 같은 삶을 간간히 즐기면서 지탱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공연히 미소를 지었다. 외줄을 타던, 두 줄을 타던 어차피 시간의 굴레안의 구성원으로 버틴다는 맥락에서 본다면. 언제부터인가 남자에게는 치열함이 없어졌다. 끝이 무뎌졌다는 것이 옳은 표현이다. 그 하루가 그 하루고, 그 시간이 그 시간인 물에 물 탄 듯한 세월만 보냈다. 그러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으로 가득했다. 속 시원하게 남자와 여자의 경계선에서 얼쩡거리지 않게 가르쳐 달라고 외쳤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세상을 포기한다면 몰라도 살아야 한다면 남자 혼자서 찾아야 한다는, 평생 숙제로 받아들였다. 이제 죽이 되든지 밥이 되든지 선택이 필요한 갈림길에 놓여 졌다고 생각되었다. 수박이 건네준 메모지를 안주머니에 챙겼다. 여기에 들어온 성과는 어쩌면 트렌스 젠더의 번호를 챙겼다는 것이다. 많은 생각이 교차하여 머릿속에서 웅성거렸다. 물론 트렌스 젠더를 만난다고 해도 모든 것이 해결되진 않으리라. 그러나 고민하고 힘겨워하며 선택한 결정을 앞서 내려 보았으니 누구보다도 삶의 알맹이는 알고 있지 않을까.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더 많이 자신을 혹사했던 그 간절함의 답안은 제시해주지 않을까. 어차피 세상의 무게에 감당해야할 몫은 자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조금씩 감내하며 세상 속에서 살고 싶은 바램의 촉매가 되길 남자는 그렇게 절실했다. 웨이터가 계산한 카드를 룸으로 가져왔다. 김상사와 수박이 남자의 엉덩이를 한 쪽씩 토닥거렸다. -혼자만 고립되고 힘들어 죽겠다고 생각이 들지만 한 번 주위를 둘러보면 그렇지 않아요. 자신보다 더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한 타스도 넘을걸. 굳세어라, 금순아. 그런 노래가사도 있잖아. 언제 인연이 되면 수술한 모습으로 우리 만나요.김상사가 남자의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