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아들의 동선에서 시선과 생각을 함께해 주고 싶었다. 많이 망설이지 않았다. 아들의 손을 꼬옥 쥐어주며 진정으로 응원했다. ‘뭔가 이유가 있을 게다. 지금은 알지 못하지만 틀림없이 어느 때는 깨달음을 줄지도 모른다. 왜 남자이면서 여자이기를 갈망했던가를. 남자이면서 남자가 갖춰야하는 여건에 길 들여지지 않는 또 다른 자아에 대한 이유를. 그런 소중함이 안에서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퉁탕 거리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를. 남자로 살지만 여자로 살고 싶어 하는 아들의 갈등을 십분 이해해 주지는 못하지만 누구보다도 한 편에 있기를 소망한다.’ 어머니는 원룸을 두말없이 승낙했다. 어쩌면 실낱같은 희망이지만 독립하여 살다보면 자신의 정체성 확립에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내비췄다. 남자는 원룸을 계약했다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천천히 짐을 쌌다. 캐리어를 열고 옷가지를 주섬주섬 챙겼다. 빅 캐리어 안을 채우기엔 옷가지가 형편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남자는 옷에 그다지 시선이 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대놓고 여자 옷을 사서 입기엔 용기가 나지 않았다. 자연히 옷은 멋을 내는 게 아니라 몸을 가리는 정도로 간단히 몇 개만 걸치고 다녔다. 당연히 가방의 빈 공간을 예상했다. 남자는 여동생 방으로 들어갔다. 옷장을 열자 가슴이 봉곳 솟아오를 흥분으로 남자를 매혹시켰다. 놀랍다. 경이롭다. 곡선으로 선을 살리고 어깨와 허리를 강조한 옷에서부터, 눈에 띄는 가슴을 중심으로 앉힌 디자이너의 탁월한 감각들이 남자에게는 황홀하게 받아 들여지고 있었다. 다만 손으로 미끄러지는 선을 느끼면서 하나하나 만져보았다. 거부할 수 없는 운명과 같았다. 세탁 냄새마저 남자의 옷에서 맡을 수 없는 치명적인 끌림이었다. 남자는 스스로 속살을 만져 보았다. 자신의 속살의 감촉이 투박하지 않고 부드러웠으면 하는 바램에서. 여동생의 속옷 서랍을 열었다. 이번에는 브래지어에 눈길을 주지 않고 핑크빛 팬티를 집어 들었다. 손 그물 속으로 쏙 들어왔다. 나뭇잎 같은 천조각의 크기로 여자임을 증명하고 있었구나. 남자는 괜히 헛기침을 하면서 바지를 내리고 팬티도 내렸다. 그리고 ‘새삼스럽게’라는 말을 혼자 중얼거리면서 여동생의 팬티를 입었다. 성기가 눌릴 정도로 착 달라 붙었지만 남자는 여자로 진화되어가는 과정으로 생각했다. 팬티 앞은 여유 있는 신축성이 배제되어, 굴곡이 선명하게 보이도록 만들어져 타이트함을 즐기도록 가공되어 있었다. 남자는 자신의 성기가 갈 곳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것에서부터 짓눌려 있는 것까지 너무 흥미로웠다. 엉덩이 굴곡도 보고 싶어 돌아서서 얼굴만 돌려 거울을 보았다. 팬티가 착 달라붙어서 한껏 화를 낸 엉덩이는 살아 있었다. 어쩌면 트렌스 젠더로 수술만 하면 이미 몸매는 갖춰져 있다는 증명을 엉덩이가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남자는 팬티 고무줄의 탄력을 느끼기 위해 엄지와 검지로 튕겨보았다. 경쾌했다. 브래지어가 없어지면 여동생은 금방 알아차릴 것이다. 팬티 하나쯤은 어디 두고 왔거나 구석에 처박혀 있다고 생각하겠지. 남자는 팬티를 벗었다. 음모로 덮인 성기가 먼저 눈에 들어 왔지만 외면을 하며 남자는 자신이 벗어둔 팬티를 입기 시작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