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머신을 들여 놓을까 문의하기 위해 전화했습니다.- 가정집에 들여 놓으실 거죠? 여전히 목소리는 매력이 있었다. 목소리만으로 남자를 쿵쾅거리게 만들다니 놀라웠다. 아니 자신의 성정체성이 분명하게 가리키는 정확한 방향을 제시해준 목소리이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두려웠다. 혹시 조금이라도 동성이 아닌 이성간의 불붙을 도화선이라도 남아있다는 일말의 기대도 있었는데 그런 것들을 일시에 싹둑 잘라버려진 것이다. 얼마 있지 않아 카탈로그를 손에 든 매니저가 방문할 것이다. 중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조금씩 긴장되고 조금씩 두근거렸다. 어떻게라도 이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벌써 마음과 몸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있었다. 방 전체를 스캔하면서 눈에 띄게 정돈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해 들어갔다. 휴지통에서 청소기, 건조대의 위치와 삐뚤어진 카펫과 몇 권의 책, 비닐봉지까지 정리를 하고 다시 스캔을 했다. 그다지 툭 불거져 나온 물건이 없어서 일단 안심선상에 올려두고 약간은 들뜬 걸음걸이로 거실에서 원을 그리듯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가 초인종이 울렸다. 모니터를 통해 선이 굵은 한남자의 모습에 다시 가슴이 쿵쾅 거렸다. 문이 열렸다. 매니저가 들어섰다. 눈썹과 눈과 코로 떨어지는 선이 신선했다. 입술 주위에 면도한 수염자국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있었다. 매니저가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왔다. 겨울옷을 입고 있었지만 큰 근육들이 몸 안에서 꿈틀대는 것이 보였다. 매니저는 소파에 앉지 않고 바닥에 편하게 앉았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러닝머신 위에서 마음껏 달리면서 창밖에 흐르는 강물을 감상하는 것도 최상이죠. 이런 전망을 가지고 계신 분이 러닝머신이 없다는 것은 반칙입니다. 남자는 웃었다. 웃기기 위해 던지는 말을 외면한다는 것은 오류고 상처이기 때문이었다. 더더구나 목소리 하나만으로 기선제압을 할 수 있는 매력남의 조크이지 않는가. 소리 내어 크게 웃고 싶었지만 자신의 마음이 들킬까봐 차마 거기까지 나가지 못했다. -디자인도 그렇고 가격대도 이정도면 적당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진행해볼까요? 온몸 세포에 쏙쏙 박혀드는 매니저의 목소리에 무장해제 된 얼굴로 고개만 끄덕거렸다. -그리고 꼭 필요해서 드리는 말씀인데...... 매니저의 손이 남자의 어깨와 팔에 닿는다 싶더니 머뭇거림 없이 주물럭거렸다. -유산소 운동만이 정답이 아닙니다. 근력운동과 함께 했을 때, 비로소 운동의 완전체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살이 물렁물렁 하다는 느낌이 큽니다. 그러나 제가 권하는 근력운동 기구에 일주일만 몸을 맡겨도 이 물렁물렁한 살을, 거울 앞에 서고 싶은 단단한 몸매로 거듭나게 만들어줄 겁니다. 남자는 조금 전 매니저가 만진 촉감을 잊을 수 없었다. 간단한 스킨십에도 이렇게 강렬한데 살과 살이 닿고 몸과 몸이 닿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