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가 말한 근력 운동기구에 사인을 하면서 남자는 그의 손 근육이 꿈틀대는 것을 숨죽이며 훔쳐보았다. 이성에 눈길이 가는 것이 아니라 동성에 더 민감하고 섹스에 꿈틀대는 자신이 어쩔 수 없었다. 남자는 매니저가 앉았던 소파에서 수음을 했다. 온 몸의 세포가 일제히 일어나 의지와 상관없이 정상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늘 정상은 공허하고 아쉬움으로 몸서리를 치지만 그러나 여기에서 주저앉을 수도 없었다. 끝을 보고 싶다. 애초에 크고 넓은 공간이 펼쳐있으리라는 보장은 기대도 하지 않았다. 다만 지금의 헝클어진 자신을 조금이라도 구원하기 위한 일종의 타개책 정도로 여겼다. 그럴수록 더 매너리즘에 빠져 허덕이는 자신을 만나고 있었다. ‘신이 내게 무슨 짓을 한 걸까?’ 남자가 거울을 보며 물었다. 마치 거울이 신이라도 되기나 한 것처럼. 거울은 거울일 뿐이었다. 남자가 유일하게 자신의 속마음을 까뒤집어 보일 수 있는 구원자였다. 적어도 그렇게 믿었다. 거울 앞에 서면 편했다. 거울은 남자가 입을 열어 무슨 얘기라도 하라고 준비를 하고 있는 듯 했다. 그래서 속마음을 열어 털어 놓았고 속살을 보여주며 은밀히 서로를 교감했다. ‘왜 그 많은 사람 중에 하필이면 나인가?’ 거울이 채 대답을 하기 전에 이번엔 거울 앞에서 떠났다. 그 대답이 두려웠다. 선택된 기준에 가장 적합하다고 한다면, 그래서 일순위로 뽑혀 이성에 눈을 뜨지 못하고 동성에게 눈 뜨는 기형적인 섹스 안에서 존재의 이유를 찾으라는 중징계가 내려졌다고 한다면. 남자는 그 또한 받아들어야 했다. 이제는 스스로 삶을 개척하고 삶이 주는 행복을 스스로 만들어야 하니까. 이미 세상이 등을 돌렸는데 남자의 고민과 절망 따위는 작고 미미했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으려했고 설사 들어준다고 해도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러버리는 정도였다. 그것은 배신으로 연결되었다. 그렇다고 세상에 자신의 열정을 쏟아 부울 정도로 치열하지 않았다. 아쉽지만 그랬기에 배신감이 크진 않았다. 다행스럽게 생각되었다. 이번에는 거울을 보면서 매니저가 앉았던 자리에서 무릎까지 바지를 내리고 수음을 했다. 악악 소리를 지르며 미친 듯이 수음을 끝낸 남자는 버려진 비닐봉지처럼 구겨져 있었다. 모두가 정리되지 않는 채, 하루를 흘러 보내고 엉망으로 금이 가고 있었다. 전화가 울렸다. 트렌스 젠더인 것 같다.-메모를 읽었어요. 물기하나 없는 건조한 목소리였다. -제가 도움이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만나보고 싶다면 만날 수는 있어요. 어떻게 살아가는지 얼굴을 마주보면 쉽게 알 수 있어요. 그만큼 기대에 비해 실망도 커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자리를 마련해볼게요. 가급적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하고 싶어요. 그쪽 집이거나 은밀한 곳이라면 좋은데, 생각해놓은 장소가 있나요? 남자는 순간적으로 망설였지만 자신이 살고 있는 원룸의 주소를 얘기해 주었다.-빠른 시일 안에 찾아갈게요. 그때 뵙도록 해요. -계속
즐겨찾기+ 최종편집: 2025-05-02 03:22:39 회원가입 전체기사보기 원격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네이버블로그URL복사
동정
이 사람
데스크 칼럼
가장 많이 본 뉴스
상호: 경북동부신문 / 주소: 경상북도 영천시 최무선로 280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264 / 등록일 : 2003-06-10
발행인: 김형산 / 편집인: 양보운 / 청소년보호책임자 : 양보운 / 편집국장: 최병식 / 논설주간 조충래
mail: d3388100@hanmail.net / Tel: 054-338-8100 / Fax : 054-338-8130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