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손가락 끝으로 탁자를 가 볍게 두들겼다. 망설이거나 조심스러 운 행동을 옮기기 위한 수순의 하나 였다. 자신의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 해 그런 동작으로 순간순간을 모면 하려는 궁여지책 같은 것이었다. 그 러면서 그녀의 눈치를 살폈고 종이 컵에 담긴 커피를 조금씩 마시면서 내려놓는 그녀의 손놀림을 놓치지 않고 체크하고 있었다. 일어서기 위 한 울림은 남자로서 충분히 감지한 다고 믿어왔다. 예를 들어 빨라지든 지 동작에 마디가 생긴다든지, 그런 낌새에서 남자에게 읽혀진다면 억 지 같은 제안도 어쩌면 먹혀 들어간 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예외도 있 을 수 있다.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이 고 이해해 주는 것에 따라 상황이 반 전될 수 있다. 지금은 그렇게 믿고 싶 었다. 남자는 침묵 속에서 그녀에게웃음을 보였다. 지금부터 하는 말에 화를 내거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조금 흘 린 것이리라. 그녀도 커피를 다 마 신 종이컵을 내려놓으며 남자의 눈 동자와 마주 하고 있었다. 창 넓은 베란다에서 기차의 굉음이 순간적으로 들렸다. 몇 시일까. KTX가 영천역을 경유하 여 속도를 더한 엔진소리일 것이다. 남자도 저 소리에 맞춰 새로운 꿈을 꾸었 다. 떠난다는 것과 머무른다는 것에 설렘과 안주의 형이상학적인 경계선 상위에서 곡예를 하고 있었다. 언제 나 저 소리에 눈을 떴다. 아니 마음 의 창을 열었다. 바람은 모여 둘 곳 을 찾아 밖을 떠돌아다니고 남자는 기차소리에 촛불처럼 타오른다. 떠나볼까. 자신에게 묻고 자신이 답했 다. 가슴에 촛농이 떨어지는 뜨거움 을 고스란히 안으며 일단은 눌러봤 다. 아직은 귀신처럼 떠돌 그날이 아 니라고 자신을 달랬다. 가까운 곳이라도 다녀오면 어떨까. 그러나 브레이크 없는 자신이 그려졌 다. 그러다 영 돌아오지 못 할 곳으로 추 락한다면 남자 는 내내 곪은 상처로 딱지를 얹고 살아갈지 도 모른다. 때 이른 걱정일지 몰라도 남자의 일기 첫 줄에 맑음도 흐림도 아닌 힘듦으로 써놓 아야 할 현실을 절감하고 있었다. 남자는 그녀와의 침묵이 길지 않 다고 느껴졌다. 왜냐하면 머릿속은 자음과 모음이 열심히 달가닥 거리 며 떨어졌다 붙었다 했으니까. 다시 한 번 그녀를 보며 엷은 미소로 상황의 부드러움을 꾀하려했다. -제가 무슨 말을 해도 화내시지 않는다고 약속해주실 수 있습니까? 이번엔 묘한 웃음이 그녀의 입가 에 그려졌다. -들어봐야겠지요. 호호호. 자신의 마음을 들킨 것처럼 남자 는 잔뜩 긴장했다. -이런 마음이 든 건 절대 계산에 없던 겁니다. 마주앉아 이야기를 하 다가 문득 든 생각이라는 점, 요즘 미투 운동의 확산으로 온 나라가 시 끄러운데 제가 숟가락하나 보탤 생 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 이야기는 꼭 해야 할 것 같아, 물론 저의 이기심이겠지만......안고 싶습니 다. 한 번도 이성에 대해 섹스를 향 한 고민이 생기지 않았는데 트렌스 젠더라는 특별한 감정이 이성에 눈 을 뜨게 했겠지요. 그러나 다른 독특 한 울림이 있습니다. 그전에 본 영화 에서 남자 외계인이 반경 5킬로 안 에 있는 여자 외계인을 감지하여 찾 아가 섹스를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 었습니다. 저도 이상적인 누군가에게 안테나가 작동하는 것은 아닌지 정 말 조심스럽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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