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이성에 눈을 떴다. 그런 의미를 상기시키면서 그녀의 알몸을 쳐다봤다. 지금은 비록 여자이지만 한 때는 남자였던 트렌스 젠더가 아닌가. 왁싱크림을 발라서 다리까지 매끈했 다. 어쩌면 여성 호르몬의 주입으로 가슴과 엉덩이가 커지고 필요 없는 털 도 자연스럽게 소멸될지 모른다. 남자 의 옷을 그녀가 벗겨주었다. 이미 남 자의 몸으로 살아본 실력을 십분 발 휘하고 있는 듯 불필요한 터치를 자제 하면서 간결하게 옷을 벗겼다. 남자는 더 즐기고 싶었는데 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녀의 진행에 별 의의를 달 지 않았다. 차라리 모든 것을 맡기고 싶었다. 그녀는 남자의 알몸을 손등으로 쓰 윽 문질렀다. 순간적이면서 새로운 묘 한 감정 선을 건드리고 있었다. 온몸의 골을 타고 전율이 일었다. 감싸듯이 남자를 두 팔로 안고 욕실로 안내했다. 욕조에는 따뜻한 물이 적당히 찰랑 거 리고 있었다. 마치 집주인이 바뀐 착각 을 남자는 했다. 욕조 안에서 머리를 내밀고 잠긴 알몸을 다시 한 번 그녀가 거침없이 더듬거렸다. 남자는 느끼고 싶었다. 그녀의 마술에 홀딱 속아 넘 어가고 싶었다. 손 그물 안으로 알맞게 들어가는 비누로 머리를 감겨 주었다.
샴푸가 있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강 렬하면서도 자극적인 것을 선택하라 면 머리감기엔 비누가 최상이었다. 그 것도 누군가 비누칠을 해준다면, 신선 한 욕정의 시작이기도 했다. 두세 번의 물로 헹구어 내면서 그녀의 열손가락 이 남자의 머리카락 사이로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순간적으로 남자는 엷은 신음을 뱉었다. 모든 촉수가 머리카락 속에서 요란하게 꿈틀대는 것을 느꼈 다. 소스라치게 세포들을 깨우고 있다 고 생각했다. 느리게 혹은 빠르게, 그 녀의 지휘는 남자를 압도하고 있었다. 발끝까지 오금의 선이 닿아 저려왔다. 눈앞에서 그녀의 가슴이 출렁거렸다. 그 또한 조율 속에 포함된 퍼포먼스 같았다. 이미 남자는 늪 속에 발을 디뎌 빠져 나올 수 없을 지경으로 허리까지 잠기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보이고 있 었다.
두렵진 않았다. 불안하지도 않았으 며 그녀의 세레나데가 만들어내는 현 악의 소용돌이와 웅장한 관악기들의 울림을 가슴에 심어두고 있었다. 무엇 엔가 막혀있던 정수리가 뚫어져 해방 감을 절실히 맛보았다. 어쩌면 보통 사람이라면 미미하게 느꼈을 진폭을 남자는 목을 죄듯 느끼고 있는 게 분 명했다. 단지 그녀가 한 때의 남자라 는 이유만으로. 그러나 남자는 지금 이성에 몰두하고 있었다. 얼마나 간절 한 소망이었는가. 늘 동성을 바라보면 서 연정을 품으며 살아왔지만 평범한 사람이 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 울였다. 허나 제자리를 맴도는 다람쥐 쳇바퀴마냥 아웃사이더의 삶 안에 갇 혀 있었다. 지금은 억울하지만 떳떳하 고 싶었고, 밖으로 뛰쳐나가 자랑하 고 싶었다. 그녀가 몸을 기울이면서 젖가슴을 남자의 얼굴에 밀착 시켰다. 숨이 막 혔지만 감촉과 체취와 자극은 최상이 었다. 남자는 혀로 그녀의 젖가슴을 빨았다. 세게 빨면 흔적이 남는다는 것은 남자는 알고 있기에 부드럽게 공 략을 했다. 욕조 안으로 그녀의 손이 들어와 잠자고 있는 거인을 깨우기 시 작했다. 가슴은 더욱 밀착되어 오고 남자의 허벅지는 백 미터 선상을 달 리는 것처럼 단단해져 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