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인가 가슴까지 치밀어 오르 는 뜨거운 덩어리가 있었다. 그녀의 손이 불끈불끈 만지면서 지나갔다. 신음 소리가 절로 나도록 강도가 세 었지만 아프다거나 짜증나진 않았 다. 그 느낌을 즐겼다. 그녀가 좁은 욕조 안으로 들어왔다. 남자는 자리 를 확보해주면서 그녀의 체온을 온 몸으로 받았다. 포개지는가 싶더니 그녀가 남자의 아래로 파고들었다. 남자는 잠시 ‘이게 맞나’하는 생각 이 들었다. 그러자 머릿속은 복잡했 고 뭔가 중심을 잃어버린 듯 비틀거 렸다. 곧 욕조에서 뛰어나가면서 소 리쳤다. -이건 아닌 것 같아. 이럴 수는 없 어. 그녀가 놀란 토끼눈으로 쳐다봤 다. 남자도 순간적으로 자신이 뱉은 말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확히 무엇을 표현하려했는지 애매한 잔영이 되어 울림처럼 덩덩 때리고 있었다. ‘아니다’라고 한 것 같기도 하 고, 아무튼 무엇을 부정하기 위해 소 리친 것도 같았다. 명확한 형상도 없 는 실체를 만지기 위해 손을 뻗어 더 듬었던 것은 아닐까. -돈은 돌려받지 않을 테니 그대로 가져가시면 됩니다. 전 역시 이성간에 섹스는 너무 힘이 듭니다. 그녀가 눈을 흘겼다. -이성간에 섹스가 안 되니까 트렌 스 젠더를 원했던 거잖아요. -그랬는데 몸은 이성에 눈을 뜨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마 음은 그렇게 따라오지 못하네요. 억지로 관계를 하면 모를까, 마음은 저 만치 멀어져 가는데 하고나면 기분 이 더러울 것 같아 여기에서 멈추고 싶습니다. 그녀가 한 겹 한 겹 벗어놓은 옷 을 입으며 이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충분히 그 마음 알지요. 알다 말 다요. 저도 수술 전에는 십리 밖으로 달아나 버렸을 걸요. 이런 게 안 되니까, 용납이 안 되니까 세상과 문을 닫아걸고 멀쩡한 몸을 수술대에 얹 어 조물주와 맞짱을 뜨기 위해 매스 를 들이댔죠. 지금보다 더 많은 아픔 과 고통이 따를 겁니다. 사회의 편견 과 냉대는 지금까지 받은 것에 비하 면 세발에 피일 거예요. 그럴수록 강해져야 하는데......절대 그럴 일은 없 고 자꾸만 움츠려들고 잠수를 타게 되죠. 물론 내 기준에서 이런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겠지만 절대, 절대 아니라는 사실. 그렇다고 너무 주눅 들지 말아요. 호호호. 산다고 생각하면 어떻게든 출구는 보이니까 요. 옷 입어요! 민망하게 벗고 있기 없기예요.   남자도 옷을 입었다. 그녀의 말을 되새김질하면서 아득하게 밀려오는 미래의 밀물에 몸을 맡겼다. 좀 더 유연해 질 수 없을까. 남자는 머리 를 흔들었다. 벗어나버린 행로에서 다시 신발 끈을 조여 맨 비장함도 감지했다. 스스로 고립되진 말자. 스 스로 낙오되어 비틀거리지도 말자. 그녀가 핸드백을 손에 쥐며 말을 툭 던졌다. -나도 그랬어요. 보통사람들 속에 섞이기 위해 노력을 이것 저것 해보 긴 했지만 나아지는 건 결단코 없었 어요. 그렇다고 꼬깃꼬깃 접어 나를 버릴 수는 없잖아요. 내가 나를 사랑 하지 않으면 아무도 사랑해주지 않 을 거라는 건 알고 있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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