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소파에 앉아 있었지만 두 다리를 감싸 쥐고 둥글게 몸을 말아 있었다. 앉아 있기엔 그렇고 몸을 소파에 구겨 박고 있다는 것이 옳았다. 이제 선택은 하나밖에 없었다.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결론 앞에서 더 이상 물러 설 곳이 없었다. 지금은 누구의 도움도 필요하지 않았다. 답이 정해진 문제 앞에서는 망설임이 없어야한다. 그러나 남자는 두려웠다. 자신만을 아웃사이더로 내몰고 세상은 아무 일없이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 억울했다. 형식과 틀에 갇혀 달아나고 싶은데도 목덜미를 낚아채는 거대한 힘이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다. 소용돌이 같기도 하고 수직적 하강으로 빌미를 제공하지 않는 이 힘 안에 자신은 포로가 되어있었다. 벗어나려고 하면 더욱더 죄여들거나 끈끈이처럼 달라붙거나 그 어떤 것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남자의 선택은 수술뿐이었다. 자신의 성기를 잘라내고 잘라낸 자리를 고쳐 방광을 안으로 집어넣어 완전한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꾀하는 것이다. 남성에서 여성의 탈바꿈은 녹록하지 않은 최상의 과제였다. 마음을 먹었다고 해서 뚝딱 변신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여성 호르몬 주사를 장기간 맞으며 변화를 보다가 어느 정도 민감하지 않는 반응을 보이면 수술에 들어간다고 했다. 수술비 또한 엄두가 나지 않는 액수였다. 그리고 트렌스 젠더의 삶이 온전하겠는가. 가족과 주위의 차디찬 시선과 사회에 대한 편견, 고립과 비정상을 수술 후 겪어내야만 하는 막막함의 무게는 지금 남자는 가늠하기 어려웠다. 지하세계로 숨어들 듯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가 어둠이 깔리면 스물 스물 기지개를 켜는 생활을 꾸려나가는 상상이 되지 않는 생활의 시작이랄까. 아무튼 뒤죽박죽이었다. 무섭기도 했다. 정돈되거나 온전한 것은 자신에겐 없다는 것을 이미 일찍 알아버렸다.어머니에게 이야기 했지만 당신은 이해했을까. 차분히 시간을 가지면서 새로운 것에 부딪혀 보며 몸의 반응을 보라는 것이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언이었다. 그러다가 수술이라는 최선의 방법은 언제든지 열려있으니 너무 그쪽만 생각하지 말고 또 다른 출구도 모색하면서 천천히 생각해보자며 어머니의 눈물도 보았다. 남자의 삶은 남자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똑 떨어지게 설명이 되거나 눈에 보이는 해답이라도 있었으면 차라리 길 하나를 선택하면 되는데 하루하루가 쌓일 때 마다 점점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오롯이 자신의 몫이고 짊어지고 갈 ‘힘듦’이었다. 병원예약을 해두었다. 삼일 뒤 상담을 먼저 한 뒤 수순을 밟겠다는 것이었다. 남자에게도 일상에서 일정 하나가 잡혀졌다. 괜히 대단한 약속이 된 것처럼 설레고 기다려졌다. 무의미한 날 속에서, 미래지향적이면서 등 푸른 생선 같은 신선한 시간을 제공받은 듯 했다. 기분전환에 조금 도움이 되었다. 거울을 정면으로 쳐다보면서 당당해졌고 처진 어깨를 다독거려 주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아질 것을, 마음을 졸여가며 걱정 할 필요는 처음부터 없었는데 왜 그렇게 안절부절 하며 살았단 말인가. 그렇지만 마음 한 구석에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두려움의 실체는 정녕 무엇이란 말인가. 여전한 혼란스러움을 남자는 익숙하게 받아들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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