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석훈님, 진찰실로 들어가세요. 단발머리 간호사의 호명으로 남자 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세상과 자신을 한 묶음으로 이어주는 끈의 팽팽함이 더 당겨졌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분명해지는 느낌도 없지 않았다. 어쩌면 삶의 절취선을 지금 만나고 있는지 모른다. 끊어 내고 버 려야 하는 남자가 안고 온 짐이라는 엄청난 무게에 맞닥뜨려 과감히 이 별하고 싶다는 간절함으로 한발 한 발 옮겨가며 남자는 진찰실 앞에 섰 다. 도어로크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문이 열렸다. 흰 가운을 입은 원장이 환한 웃음으로 맞이했다. -앉으세요. 약간은 탁한 음성을 가지고 있었 다. 담배 때문일까 생각을 하며 자리 에 앉았다. -오늘 날씨가 화창하죠. 며칠 비온뒤라 더 그렇게 느낄 수 있어요. 묻고 대답하는 혼잣말처럼 원장의 말이 그렇게 들렸다. 남자는 차분하 게 기다렸다. 자신이 온 이유와 연결 이 되면 마음속에 이야기를 털어놓 기 위해 하나, 둘 숫자를 세었다. 여 덟이라고 숫자가 마음에서 불러졌을 때 원장은 비로소 웃음기를 거두고진지한 자세를 취하였다. -힘들죠? 며칠 전에도 같은 수술 을 해준 적이 있어요. 그 심정을 누구 보다도 잘 알고 있지요. 그래, 완전하 게 결심이 섰나요? -네. 남자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렇지않으면 돌려보낼지 모른다는 염려 속에서. -먼저 수술 동의서를 작성하는 절 차를 들어서 알고 계시겠지만, 그것 만으로 수술에 들어갈 수 없어요. 여 성 호르몬 주사를 꾸준하게 맞고 몸 에 반응을 살필 거예요. 그렇지는 않 지만 만에 하나라도 거부반응이 오면 수술은 진행되지 않을 겁니다. 물 론 그런 분은 한분도 없었지만, 그 어떤 수술도 백 프로의 성공은 없습 니다. 간단한 맹장염 수술도 잘못 될 수 있는 위험은 항상 안고 있다는 사 실 알고 계시죠? -네. 남자의 대답은 아까보다 단호하지 못했다. -오늘은 수술 동의서에 사인을 해 주시고 진행과정을 체크하는 절차를 밟으시면 됩니다. 전액을 선불로 받 지 않지만 진행과정에서 수시로 계 산서가 나갈 겁니다. 혹시 차질을 빚 진 않겠죠? 뒤에 기다리고 있는 분 이 몇 분 되어서. 우리병원은 항상 순 서에 입각하여 절대로 앞세우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서로의 조건에 부 합되지 않을 때는 가차 없이 뒤로 밀 린다는 사실 잊지 마세요. -네 남자는 상업적인 영리에 몸 달아 있는 원장이 차라리 더 믿음이 갔다. 프로의식으로 읽어 주었다. -여성 호르몬 주사를 주입 했을 때 정말 신체의 변화는 오나요? -팔다리와 엉덩이와 목소리와 가슴 과 걸음걸이까지도 변화가 올 겁니다. 원장은 슬쩍 남자의 표정을 살 폈다. -여성으로 변화하고 싶은 꿈의 동 산으로 호르몬 주사는 안내해 줄 겁 니다. -계속
즐겨찾기+ 최종편집: 2025-05-02 03:11:19 회원가입 전체기사보기 원격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네이버블로그URL복사
동정
이 사람
데스크 칼럼
가장 많이 본 뉴스
상호: 경북동부신문 / 주소: 경상북도 영천시 최무선로 280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264 / 등록일 : 2003-06-10
발행인: 김형산 / 편집인: 양보운 / 청소년보호책임자 : 양보운 / 편집국장: 최병식 / 논설주간 조충래
mail: d3388100@hanmail.net / Tel: 054-338-8100 / Fax : 054-338-8130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