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물소리가 새소리 바람소리 나뭇잎소리에 섞여 무심코 들렸다. 누가 마당에 있는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았을까.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적으로 어지럼증을 느껴, 약간 비틀거렸다. 달팽이관의 균형이 맞지 않으면 종종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며 이비인후과를 찾아가서 알았다. 증세가 심해지지 않으면 안정만으로 호전되는 현상이라며 뱃살 있는 의사가 간단한 처방만으로 돌려보냈다. 그런 기억을 떠올리며 선영은 벽에 잠시 기대고 있었다. 어지럼증이 가시는 듯 균형이 돌아오고 있었다.  문을 열자 여름의 한복판으로 성큼 안내하고 있는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더위가 산사를 뒤덮고 있었다. 늘 귀를 먹먹하게 한 것이 매미울음이었구나. 선영은 산이 내는 울림이라고 생각하고 당연히 명적암과 하늘과 숲과 한 묶음으로 생각한 자신의 무신경에 스스로가 놀라고 있었다. 아무리 도시에 살았지만 매미울음 정도는 골라낼 수 있었을 게다. 백번 양보해도 이미 명적암을 찾아들 때부터 가득했던 울음을 이제야 감지한 것은 너무 한 것이 아닌가, 피씩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여름은 에드발룬처럼 포만했고 빨랫줄 장대처럼 높게 당도해 있었다. 마루에 걸터앉아 명적암에서 내어준 고무신을 신고 마당으로 내려왔다. 저 푸름이, 저 뜨거움이 곧 선영을 뒤덮을 것처럼 요란하고 극성스러웠다. 얇은 고무의 밑창으로 된 고무신이 전달하는 지형의 굴곡이 빠짐없이 전해져왔다. 자갈을 밟고 풀을 밟고 흙을 밟고 이랑을 밟고 나뭇잎을 밟았다. 물소리를 찾아 나선 자신이 대견했다. 이런 추적을 행동에 옮기지 못했으면 여전히 방안에서 뒹굴뒹굴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리도 깊게 여름 속을 살고 있는 주위환경에 참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산사는 덥다고 정지되거나 포기하는 일은 거의 없다. 우거진 나무들이 바람과 그늘과 청정한 공기를 금세 만들어내도록 연중무휴 가동되고 있었으니까.  선영의 눈에 들어온 것은 골짜기를 타고 내려오는 계곡물이었다. 약간의 용기를 동반하여 골짜기를 타고 내려갔다. 고무신이 미끄럽긴 했지만 그다지 경사지지 않아서 도전은 순조로웠다. 누군가 다녀갔는지 확연하진 않지만 엷은 길이 나있었다. 마침내 계곡물에 도착했다. 맑고 찬 기운이 선영의 코끝에 당도하고 있었다. 숨을 한번 깊게 들이켰다. 좋다! 선영이 선영에게 들려주었다. 깊게 들이킨 숨을 이번엔 크게 뿜어내며 골짜기가 듣도록 소리쳤다. 좋다! 적당한 바위에 앉아 발을 계곡물에 담갔다. 시리고 선명하고 차가운 비명들이 발가락 사이로 스며들고 있었다. 물의 흐름 속에서 좀체 모습이 보이지 않던 송사리들이 간지럼 먹히듯 발바닥의 주위로 몰려들고 있었다. 선영은 놀라서 발을 빼다가 옆에 있는 돌멩이를 건드렸다. 집게발이 큼지막한 가재가 돌멩이 밑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선영은 상체를 일으켜 벌떡 일어났다. 교과서에서 본 가재였다. 무섭진 않지만 본능적으로 만져서는 안 될 것 같았다. 가재는 그런 마음을 읽었는지 천천히 다른 돌멩이 밑으로 들어갔다. 이 작은 세상도 저마다 자신의 몫을 한 생명체들로 가득하다고 생각하니 신비로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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