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히 반죽하는 사람과 꽈배기의 모양을 만드는 사람과, 채반에 가지런히 올려져, 한 바퀴 레일을 타게 되면 바삭바삭 구워져 나왔다. 고소한 냄새가 공장안을 진동하고 있었다. 동그란 안경테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꽈배기 사러왔니? 얼마내치?-삼십 원 내치 주세요.-삼십 원 내치 사서 누구 코에 붙이려고, 그러지 말고 모양이 약간 이상해도 먹기에는 아무 탈 없는 꽈배기 가져갈래? 많이 줄게. 우리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합의점을 찾았다. 굽는 과정에서 한 쪽이 떨어져 나가거나 고루 구워지지 않아서 색깔이 선명하지 못한 불량품을, 직접 사러오는 고객에게 권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싸고 맛있는 것은 뒷전이고, 싸고 맛있지 않아도 배부르게 먹는 것에 안달이 나있는 우리는, 당연히 구석에 있는 불량품 바구니로 우르르 몰려갔다. 한 개 오원으로 꽈배기의 가격은 매겨져 있지만 불량품 가격은 들쑥날쑥으로 말만 잘하면 덤으로 몇 개 더 얻어갈 수 있는 것이다. 눈치 빠른 우상열이 나섰다. -아저씨 영천이 고향이 아니지요?-대구에서 왔다.-서울사람처럼 깔끔해보였어요. 동그란 안경만 색다를 뿐이지, 그다지 세련된 구석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수더분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그렇지만 우상열의 말발이 시작되었다고, 우리는 눈치 채고 있었다. 약간의 힘을 실어주기 위해 고개까지 끄덕거려주었다. -조그만한 놈이 어른을 가지고 노네. 옛다. 두개 더 줄게. -아저씨, 애는 누나가 둘이래요. 우리 중 누군가가 관심을 끌만한 먹잇감을 던졌다. 안경테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말이지? 꼭 전해. 꽈배기 먹고 싶으면 정문에서 김대리를 찾으라고 해. 불량품이라고 해도 먹는 데는 지장이 없으니 실컷 먹게 해준다고 전해. 알았지. 넌, 하나 더 먹어라. 우리는 벙긋벙긋 웃으며 꽈배기공장에서 밖으로 나왔다. 작고 소소한 추억을 책갈피속의 나뭇잎처럼 끼워두며 열 살의 나이가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었다. 그런 말미쯤에 뜻하지 않는 사건에 부딪히게 되었다. 엄청난 사건의 목격이었고, 엄청난 충격으로 열 살의 시간 속 뿌리를 흔들어 깨우는 중대한 서막과도 같았다. 아무도 그날의 목격담을 떠올리면서 훗날 만난 우리는 웃음으로 얘기하진 않았다. 비밀처럼 함께 보았지만 더 이상 입으로 전해지진 않았던 것이다. 지금도 그날의 장면을 떠올리면, 영화 속 한 장면인지 상상 속 장면인지 분간이 안갈 정도로 모호했다. 우리의 열 살을 꽤 오랫동안 지배했고 그 속에 묶여 빠져나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인적이 끊긴 단포극장은 무덤처럼 적막했다. 한 쪽 지붕도 내려앉아 흉물스럽게 변해가고 있었다. 영사실 철제계단이 밖으로 나와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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