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는 새벽을 달리고 있었다. 정말 그랬다. 차가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이 아니라, 고속도로가 새벽을 달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다만 차는 도로에 얹혀, 새순처럼 돋아나는 겨울의 칼칼한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저 산과 저 들녘과 스스로 걷어내지 못하는 어둠 사이로 불쑥 보이는 바다까지 무엇이 이토록 단단하게 옭아매고 있을까. 해가 지는 서쪽으로 운전대를 잡고 있지만 서슬 퍼런 어둠을 뚫고, 나직한 파스텔 톤의 빛살이 목덜미를 간지럼 먹히고 있었다. 마치 정해진 수순처럼 나선 길이었지만, 약간은 염려 속에 운전대를 꺾고 싶은 마음을 달래며 네비게이션의 지시대로 가고 있었다. 죽암 휴게소 입간판이 보였다. 속도를 늦추며 천천히 진입했다. 버스주차구역을 지나 차를 파킹했다. 다리에서, 곧 이어 팔, 어깨로 옮겨오는 뻐근함을 삶의 기폭제로 받아 들였다. 한식코너에서 순두부찌개를 시켰다. 이제 휴게소를 들리지 않고 마이산입구로 들어서야겠다는 생각이, 약간의 재무장을 부추겼다. 추가 공깃밥을 시켜 무턱대고 든든한 배를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뚝배기에 밥을 말아 코를 박고 먹었다. 내친김에 커피를 쑤셔 넣었고 물로 가글링도 마쳤다. 화장실에 들러 한 방울까지 탈탈 털어, 대기 중인 오줌을 제거했다. 허리운동, 발목 돌리기, 손목 털기 그리고 오픈 보턴을 눌렀다. 짐승처럼 옅은 어둠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차는 ‘어서옵쇼’라고 삐삑 반겨주었다. 멀리 어둠이 걷히는 듯 했다. 모아비 4륜구동을 탄지 이 년째였다. 아마 오늘 마이산행을 위해 벼르고 벼른 구도 속에 구성원으로 들어가 있었다는 것을 새삼 인식했다. 시동을 걸었고, 앞으로 내달렸다. 아내는 여전히 단잠 속에 파묻혀 있을 것이다. 몸뚱이와 몸뚱이가 부딪혀 어느 발화지점의 상승폭을 높이면서 꼭짓점을 찾기 위한, 서로의 몰입을 인정했던 관계를 잠결에서라도 더듬었을까. 더듬는 손길이 허전하여 잠깐이라도 내 빈자리에 머물었던 시선을 거두어 가며 다시 잠을 청했을까. 다행으로 아침잠이 많은 아내에게 장거리 운전의 걱정을 덜어주고 싶다는 생각에, 말하지 않고 떠난 마이산행을 공인화 시키기 위한 속도를 더했다. 대전 통영간 고속도로로 빠졌다. 다시 국도로 빠져나와서 진안고원 중앙에 위치한 마이산 입구에 도착했다. 시계를 보니 다섯 시 오십분이었다. 나 같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일출을 찍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다가올 겨울을 견딜 억새풀들의 수상한 움직임이 옅은 바람에도 찰랑 거렸다. 마이산의 일출을 담기위해 오르는 산 능선은 반대편으로 길이 열려있었다. 군데군데 어둠이 걷히고 있었다. 곧 일출이 시작 된다며 일행에게 고함치는 사람도 있었다. 핫셀브라드 카메라를 어깨에 걸치고 렌즈와 삼각대를 들었다. 일출을 찍기 위한 행운은 안개가 관건이었다. 몇 번 돌아서고 난 뒤, 포기할 것처럼 투덜대다가 다시 왕복 여덟 시간 되는 거리를, 이번에는 하는 마음으로 달려오는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듯도 했다. 초면이었지만 무리 속에 섞여 눈인사로 서먹함을 떨쳐버리며 산길을 탔다. 이슬 머금은 낙엽이 움찔 거렸다. 낙엽더미 속에서 풀벌레가 미처 날지 못하고, 다른 낙엽더미 속으로 몸을 숨겼다. 놀란 걸음들이 산길에는 흥건하게 엎질러져 있었다. -계속
즐겨찾기+ 최종편집: 2025-05-02 03:31:06 회원가입 전체기사보기 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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