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열과 남간정사를 빠져나오는 둘레 길에서 일행과 합류했다. 마이산 일출을 찍기 위해 서두르던 활기와 열정이 많이 옅어진 속에서도 여전히 눈빛은 살아 있었다. 담소를 나누면서 피곤한지 어깨를 늘어뜨렸지만, 매의 눈으로 이곳저곳을 샅샅이 훑고 있었다. 허탕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던 몇 번의 아픔을 말끔히 씻어내기 위해 마이산을 향한 우리의 시선은 얼마나 뜨거웠던가. 어둠과 산안개를 걷어내는 손길도 잠시, 마이산 일출의 장엄하고 화려한 등장은 보잘 것 없는 인간의 깨달음을 불러왔다. 자연은 쉼 없이 생성과 소멸을 인간의 교만과 나태를 향해 던져주고 있었다. 그리고 미친 듯이 뚜렷한 한 컷을 담기위해 셔터를 눌렀다. 용담댐과 와룡교와 뱃사공을 삼각점으로 두고 안정감 있는 구도 속에서 새로운 도전은 자연스런 몸짓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시선과 생각이 따라간 피사체가 고스란히 담기지 않을 때가 더 많았다. 마음으로 갈구한 우리의 기울기가 온통 쏠리도록 ‘그곳에 있었는가’ 의 첫 질문에 맞게 ‘그렇게 치열했는가’ 두 번째 질문을 하산하는 길에서 일행에게 숙제로 제시하고 싶었다. 물론 내가 안고 살아갈 무게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어차피 감당해야할 세상은 항상 저만치 좌절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어제 새벽부터 이어지는 오늘 발걸음은 많은 것을 들려주었다. 끝없이 제 모양을 짓이기며 꽃이 시들고 시든 꽃잎에 맺히는 꽃봉오리는 처음의 향기와 색깔과 화려함을 터뜨리기 위해 꽃으로 피어나는 것은 아닌지, 그 생각은 내내 집요했다. 황간 월류봉 정자 곁에 포크레인이 탈탈 거렸다. 정취를 더하기위해 인위적인 징검다리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모두가 혀를 끌끌 찼다. 자연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아래로 흐르는데, 급한 인간들의 생각으로 덧칠하고 있었다. 물이 마르면 자연스럽게 징검다리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스며들고 녹아드는 최상의 풍경으로 대답할 기회를 주지 않는 실망스러움이 앞섰다. 거칠지도 모나지도 않는 자연 친화적인, 땅과 물과 나무와 하늘이 허락하는 곳에 사진작가들은 먼저 알고 카메라를 앞세워 모여 든다는 것을 새삼 주지해주고 싶었다. 황간면소재지로 선두가 길을 터주었다. 뜨듯한 올갱이국이 눈에 밟혀 며칠은 입맛을 다시며 그리워한다는, 그 유명한 황간 올갱이국을 먹기 위해 이쪽으로 선택했다고 선두가 손나팔로 이유를 설명하고 껄껄 웃었다. 우리도 따라서 껄껄 웃으며 선두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올갱이국 원조에서부터 전문이라는 입간판을 앞세운 음식점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선두는 그전부터 단골집인 올갱이국밥집으로 우리를 인도했다. 어깨가 벌어진 여사장이 절인 배추 속에서 풍덩풍덩 뛰어다니다가 일행을 보며 반갑게 소리쳤다. 김장철도 지났는데 꽤나 많이 김치와 씨름을 하는 것으로 봐선, 손님들이 짐작되었다. 음식점 문이 열리고 허리가 굽은 노파가 방으로 안내했다. 얼핏 봐서 가족의 결속력으로 운영되는 조합처럼 보였다. 일행과 섞이다보니 우상열과 떨어져 앉게 되었다. 서로 겸연쩍게 눈을 마주치면서 눈웃음으로 응수를 했다. 앞자리에 올갱이국이 놓여지자, 동물의 원초적 본능이 기세등등하게 우루루 몰려나와 맹렬하게 뜯고 씹고 삼키고 있었다. 약간은 일행보다 좁다고 생각한 방에서, 비좁은 간격을 투정하지 않고 오직 빈 위장 속을 채우려는 서로의 빠른 손놀림을 인정했다. 곧 그것이 세상을 향해 날린 어퍼컷이라 다들 믿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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