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식사시간이 늦어진다고 걸려온 아내의 전화를 받고부터, 갑자기 식욕이 일어났다. 곧 식욕과 성욕의 상관관계를 따지기 전에, 주책없이 발기된 채로 집으로 들어왔다. 티비에는 어깨를 부딪혀가며 따닥따닥 붙어 예배를 보는 신천지 교회 때문에 바이러스가 활개를 쳤다고 패널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대구와 경북에서 확진자가 뭉텅뭉텅 불어나고 있었다. 마치 일본 크루즈 코로나처럼 확산세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었다. 정부에서 일찍 관망세를 얘기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슈퍼전파자가 곳곳에 매복되었다는 것을, 지금에야 알고 뒤늦은 대처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온도가 올라가면 맥을 못춘다고 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많은 바이러스가 인간을 위협할지 내심 걱정되기도 했다. 아내는 경직된 얼굴로 맞은편에 앉아 식사를 했다. 코로나 때문일 거라고 혼자 판단하고 샤워를 했다. 오랜만에 좋은 금술을 확인할 겸 시간을 할애하며 꼼꼼하게 씻었다. 타월만 두르고 욕실에서 나왔을 때 아내는 멍하니 창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다가갔다. 눈을 가릴까, 약간의 액션으로 놀라게 할까. 갈등을 일으키면서 다가가 손을 뻗는데 아내가 돌아봤다. 눈가에는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두 손을 놓은 타월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어깨짓으로 무마하려고 민망한 표정까지 지었다. 발기된 남자가 음모사이에서 아내를 향해 차렷 자세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아내는 말없이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이 젖어들고 있었다. 옷을 입기도 어정쩡하고 성난 황소처럼 남자를 앞세워 돌진하기엔 상황이 좋지 않았다. 코로나의 공포가 이토록 심각했든가. 일단 스킨십이 아내에게 필요한 것 같았다. 어깨를 감싸면서 성난 황소를 가만히 아내의 몸에 비볐다. 금방 씻고 나온 내 몸에서 기분 좋은 바디워시 향이 퍼지길 기대하며, 아내의 모든 세포가 민감해져 문을 열고 나를 흡입할 경지까지 이르기를 소원했다. 아내는 내손을 끌어당겨 자신의 가슴에 얹었다. 언제든지 돌격 앞으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성난 황소를 달래면서, 젖가슴을 만졌을 때 왠지 나를 온전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한 번도 이처럼 냉정하게 내 손길을 거부한 적은 없었다. 37년 근무한 직장에서 명퇴되어 들어온 그날도 후줄근한 남자를 정성껏 감싸주며 자신의 온기를 나눠주던 아내이지 않는가. 갑자기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젖가슴에서 멍울과 불룩한 겨드랑이 쪽으로 내손을 안내하였다. 증세가 찌릿찌릿하고 젖 도는 것 같아 가슴을 만져보니 멍울과 겨드랑이에서 혹이 만져진다는 아내의 말에서, 이미 사실화된 결론 앞에 체념한 투가 다분히 전해졌다. 나는 서둘러 옷을 입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대학병원들도 코로나 때문에 문 닫는 곳이 속출한다는 뉴스를 그제야 떠올렸다. 초음파 검사를 받기 전에 속단하지 말라며 아내를 위로했지만 뒤숭숭한 이 시국을 넘기고 의심증세가 나타났으면 좀 좋았을까, 하는 마음도 걷어낼 수가 없었다. 아내의 손을 잡고 에레베이트에서 1층 보턴을 눌렀다. 밋밋한 일상에서 이런 변화를 요구한 건 아닌데, 제발 정상 유선을 멍울로 착각한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코로나 환자가 방문하여 대학병원이 폐쇄했다는 뉴스를 본 것 같기도 하고, 응급실만 폐쇄했다고 한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그렇지만 아내는 얼마나 먹빛 같은 두려움으로 진저리를 치고 있을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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