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너무한다. 누구를 탓할 것인가. 하늘을 원망하고 위정자들을 탄핵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보다 삶을 영위할 방책을 잃어버려 도산하고 절망하여 사회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두렵다. 어지러운 상황이 도래하면 민초들은 어쩔 수 없이 난세니, 말세니 하며 벗어날 궁리에 몰두하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정용기 선생이 난국을 극복하려는 뜻을 세우고 격문을 지어 선포하니 그 간절함에 동참하는 이들이 일천 여명에 이르러 의병 진영을 결성하는 <산남의진사> 이야기를 볼라치면, 작금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시무7조 상소문>을 지은 조은산이라는 필자가 자못 궁금타. 내 편, 네 편이 아니라 잘하는 것은 잘 한다 칭찬하고 잘못된 것은 충고하고 비판해서 바꾸어야 좀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정용기 영남에 도착하여 군사를 일으키다. [鄭鏞基 嶺南에 到着하야 起兵]<산남창의지 13p)난세(亂世)니 말세(末世)니 하며 혹은 궁궁을을(弓弓乙乙)을 찾고, 혹은 양백산(兩白山)을 찾을 이 판국에 우국지사(憂國之士)로 명망이 높은 정용기가 경성에서 내려 왔다는 소문은 날로 퍼져 시국 형편을 알고자 정용기를 찾아오는 사람의 차마(車馬)가 문 앞에 저자를 이루게 되었다. 용기는 이러한 기회를 이용하여 세계 각국의 정세와 우리나라의 위급한 형편을 간곡히 설명하며 몇몇 동지들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각지로 통문을 보냈다.그 통문에는 ‘적신(賊臣)은 나라를 팔고 강성한 이웃나라가 맹세를 저버리니 외국으로부터 받는 모멸이 날로 심하고 대세가 장차 기울어지려 하니, 5백년 지켜오던 문명국이 장차 공허로 돌아갈 것이며, 2천만 민족이 멸종할 때가 목전에 박두하였다. 이에 그 누가 통곡하지 아니하며 자절(自絶)하려는 마음이 일어나지 아니하랴? 열성조(列聖朝)가 이어온 함양(涵養)의 덕을 추모하여야 할 사족들이 마땅히 먼저 의기를 발양하여 뭇 사람을 격려하고, 문벌들이 취의(聚議)하고 골골마다 단결케 하여 밖으로는 오랑캐들을 막아내고 안으로는 나라와 백성을 보호함이 당연한 의무일 것이다. 어찌 이를 깨닫지 못하고 기나긴 밤에 베개를 높이하여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다만 구차한 즐거움을 취할 뿐이요, 집안에 불이 나서 타고 있음를 알지 못한단 말인가. 공자가 ≪춘추(春秋)≫에 이르기를, ‘제후(諸侯)라도 오랑캐의 예(禮)를 쓰면 오랑캐요, 오랑캐라도 중국으로 나아가면 중국이다.’ 하였으니 오로지 행위에 달려 있음이다. 또 주자(朱子)의 ≪강목(綱目)≫에 말하기를, ‘장량(張良)을 정대하다 하고, 위징(魏徵)을 허용하지 아니함 장량(張良)-한이 진(秦)에 멸망당하자 장량은 복수를 위해 시황제를 박랑사(博狼沙)라는 곳에서 살해하려고 하였으나 실패하였다. 후에 한 고조를 섬겨 천하를 평정하고 유후(留侯)에 봉해졌다. 위징(魏徵) - 617년 이밀(李密)의 부하가 되었으며, 그와 함께 당나라에 항복했다. 위징의 간언은 당 태종이 훗날 동아시아의 모든 통치자들에게 모범이 된 `정관(貞觀:태종의 연호)의 치(治)`를 이루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위징이 당나라에 항복한 것을 경계한다는 의미함’ 은 그 그치고 나아감을 경계함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배움의 으뜸 가르침은 공자의 도요, 지키는 바는 주자에 쓰여 있는데, 어찌하여 하루아침에 이를 배반하고 일인(日人)의 노예 됨을 달게 여기랴? 지금 세계를 모두 당당한데 오직 우리 한국이 이같이 미약한 것은 백성들이 전날의 풍습에 젖어 있어 자유를 누릴 방침을 깨닫지 못함에 있다 할 것이다. 그 풍습에 병들어 있는 무리가 염치와 의리를 돌아보지 않고 다만 이름만의 진보와 명리를 취하니 어떻게 파란(波蘭) ․ 인도(印度) ․ 홍모(紅毛) ․ 유구(琉球) 제국이 겪은 멸종의 환란 파란(波蘭)-폴란드 ․ 홍모(紅毛)-네덜란드 ․ 유구(琉球)-오키나와 : 제국의 침략을 받아 국권을 잃은 나라들을 열거한 듯한데, 네덜란드가 왜 들어가 있는지 모르겠다. 홍모(紅毛)가 다른 어느 나라일까?을 면할 수 있으랴? 저희가 용렬한 재질이나 역량을 헤아릴 여가도 없이 장차 나라가 기울어지려는 데에만 전심이 쏠리고 민족을 구원하려는 간절함만으로, 두어 동지와 더불어 천지에 맹서하고 민간을 모집하여 충곡(衷曲:간절하고 애틋한 마음)을 널리 선포하나니, 지역 ․ 존비(尊卑) ․ 귀천(貴賤)을 가리지 말고 일치단결하여 글을 묘당(廟堂)에 올리고 장서를 만국에 보내어 우리 태조 고황제(太祖 高皇帝)의 옛 문물과 제도를 회복하여, 위로는 황제폐하의 어질고 성스러운 은혜를 갚고, 아래로는 2천만 형제를 구덩이에서 건지게 되면 천만 다행한 일일 것이다.’위와 같은 통문 10여 종을 세상에 보내어 대중을 격동시키니 원근이 다 호응하여 스스로 와서 동참하는 이들이 날로 더하여 자연히 결성의 길이 열리게 되었다. 이한구(李韓久)의 감격 <산남창의지 14p)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죽음으로서 정의로움을 취하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다. 국가가 멸망하는 위기를 당하여 울분을 참지 못하고 한 번 죽음으로써 천하만국에 그 의를 선양하리라 다짐하고 있던 이한구는 마침내 시기가 도래하자 흥분된 마음으로 각지로 활동하여 동지들과 연결하고 기묘하고 좋은 여러 가지 방책을 내어 큰 성과를 거두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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