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부터는 회화 속 말(馬)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그림, 조각, 벽화 속에 존재하는 말의 모습에 함께 하는 이야기를 찾아보려고 한다. 말은 사람들과 오랫동안 함께 했던 동물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그 안에 있는 이야기도 아주 풍부하고, 미술품 속 소재로도 많이 등장했는데, 그 재미난 이야기 속으로 들어 가보자. 첫 번째 작품은 작자미상의 안휘성 출토의 벽화 속 말의 모습이고, 두 번째 작품은 중국 섬서성 서안시 당고종의 묘에 있는 <날개 달린 말>이다. 양국의 천마의 다른 모습을 극명하게 나타내 주고 있는데, 한국의 천마는 씩씩하게 달리는 현실적인 모습의 천마인 반면, 중국의 천마를 보면 날개가 달린 비현실적인 모습의 천마이다. 이야기 속의 많은 천마에 이런 증거들이 있는데, 한국의 이야기에 말이 날아올랐다는 것은 거의 나타나지 않으며, 중국의 이야기에 있는 말들은 하늘을 날아 지상과 하늘을 연결시켜 주는 동물로 등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나타난다. 세 번째 그림의 요지연도(瑤池宴圖)는 서왕모(西王母)가 주나라 목왕(穆王, 기원전 10세기)을 곤륜산(崑崙山)에 초대하여 요지(瑤池)에서 연회를 베푸는 장면을 그린 궁중회화이다. 요지연도는 이야기가 그려진 것이기 때문에 주로 병풍으로 제작되어져 있는데, 이 그림은 현재 국립민속박물관(6폭)과 경기도박물관(8폭)에 소장되어 있다. ‘서왕모’는 중국 신화 중 여선(女仙)의 우두머리로, 만물을 소생하게 하는 능력을 지닌 신선 중 한명이고, ‘요지’는 서왕모가 사는 곤륜산의 꼭대기에 있는 아름다운 연못을 말한다. 요지에는 3000년에 한 번씩 열린다는 복숭아인 반도(蟠桃)가 열려 있다. 그래서인지 복숭아는 신선을 상징하는 과일로 표현된다. 그림의 이야기를 보면, 주나라 목왕이 여덟 필의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서쪽 천하를 순방하던 중에 서왕모를 방문하게 되는 동안의 이야기를 그렸다. 한 귀퉁이에는 목왕이 타고 온 가마, 여덟 마리의 준마와 마부가 그려져 있다. 요지연도에는 석가모니와 노자(老子)를 비롯하여 이철괴(李鐵拐), 유해섬(劉海蟾), 종리권(鍾離權), 여동빈(呂洞貧), 하선고(何仙姑), 남채화(藍采和), 한상자(韓湘子), 조국구(曹國舅) 같은 여러 신선이 연회에 참석하기 위하여 바다를 건너오는 모습이 있다. 이 중, 여덟 필의 말의 모습을 크게 확대해서 보면, 구름 사이로 아름답게 장식된 목왕의 팔준마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아름답고 화려한 모습의 가마도 눈이 띈다. 아마도 중국에서 말하는 천마로 하늘을 날아 다닐 수 있다는 것을 은근히 표현하고 있다.
한때 유행했던 노래인 신신애의 요지경[瑤池鏡]이 있는데, 상자 앞면에 확대경을 달고 그 안에 여러 그림을 넣어서 들여다보게 한 장치인 요지경도 여기에서 유래된 단어인 듯 하다. 세상이 아주 천태만상으로 다양하다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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