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귀한 몸이 되어 남에게 얽매여 살기보다 가난한 몸으로 세상을 가볍게 내 마음대로 살 것이다.” 전국시대 제나라 사람 노중련(魯仲連)이 왕이 내린 벼슬자리를 마다하고 바닷가에 숨어살며 한 말이다. 새겨볼 말이다.글을 각군과 각진에 보내다국권을 잃은 이후로 모든 정사가 백성을 건지지 못하여 백성이 삶을 도모치 못하니 국내 각처에는 도적이 벌떼같이 일어나므로 군(郡)에는 초토관(招討官)을 두고 진(鎭)에는 토벌대를 두었다. 이름은 백성의 해(害)를 제거함이나 실은 도탄에 빠진 민생고가 더욱 심해졌다.용기는 여러 사람과 상의하여 말하기를, “큰일을 하려 하면 옥석을 구분(俱焚)하고 흑백이 분별되지 못하니 이 뜻을 각 군, 각 진에 통고함이 옳다.” 하고 초토관에게 다음과 같은 글을 보냈다. “각하의 청평(淸平)한 정사(政事)는 비록 옛적의 소두(召杜)라도 이에 더함이 없을 것인데 또 개연히 천하를 맑게 할 뜻을 두고 포군을 설치하여 도적을 잡아서 백성의 재해를 제거한다 하니, 말은 아름답고 정치도 잘하여 족히 백성에게 어버이의 정성이 있다 하겠습니다. 그러나 나의 얕은 견해로는 각하의 나라를 위하는 충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감히 이런 말을 드립니다. 각하가 먹는 녹(祿)은 우리 황상(皇上)께서 주신 것이요, 결코 오적(五賊)의 사재가 아니며, 초토의 직책은 우리 대한의 관직(官職)이요, 5적이 주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방금 5적이 나라를 팔아 군부(君父)로 하여금 종사를 잃어 천추에 나쁜 이름을 남기게 하고, 백성으로 하여금 부조(父祖)를 잃고 금수의 졸개가 되게 하니 지금의 도적은 나라를 판 도적보다 더한 도적이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도적을 보고도 못 본체하고 다만 좀도둑을 다스리려 하니 우리 대한의 백성들을 죽이는 것이라. 간절한 마음으로 각하를 위하여 애석한 바입니다. 저 좀도둑은 비록 약탈한 죄는 있다 하여도 비유컨대 하나의 피부병에 지나지 않아 혈기(血氣)가 조화되면 자연적으로 물러나 아무 일도 없게 될 것이오, 저 5적의 행위는 애국이란 허울을 쓰고 있으나 비유컨대 간이나 뇌의 병과 같아 만일 지금 다스리지 아니하면 반드시 죽음을 면하지 못할 것입니다. 각하가 어찌 이러함을 생각하지 못하리오만 다만 힘이 부족한 탓인가, 혹은 시운(時運)에 눈이 어두워서 크게 각성하지 못하는 것입니까. 지금 비록 널리 재주있고 지혜 있는 선비들을 모아 죽기로 양성한다 할지라도 그 형세가 쉽게 성취하기 어려운데, 하물며 헛된 이름을 좇아 재앙에 이르도록 처신하려 합니까. 지금 각하의 마음은 공(公)이요 포졸의 마음은 사(私)인 즉, 한 사람은 공적으로 하고 열 사람이 사적으로 하는데 어찌 일을 치를 수 있겠습니까? 포졸이 도적을 잡을 때에 도적 하나를 잡으면 열 집이 가산을 탕진하게 되고 한 사람이 혐의가 있으면 그가 살던 부락 전부가 도륙을 당하게 되어, 민폐를 제거하려는 것이 오히려 폐단을 낳게 되고 백성은 더욱 조잔(凋殘:말라서 쇠약해짐)해질 것입니다. 송덕하는 자는 적고 원망하는 소리가 높을 것이니 이 어찌 선정자(善政者)의 할 바겠습니까? 만일 도모할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모르겠으나 황은에 보답하고자 하면 그 힘이 모자람을 근심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옛날에 즉묵대부(即墨大夫)는 조그마한 고성(孤城)으로써 제(齊)나라 70여 성을 회복하였으니 각하도 또한 이것을 익히 알 것입니다. 그리고 노중련(魯仲連)은 일개의 미천한 선비였으나 진(秦)나라를 높이는 욕됨을 부끄러운 줄 알았고, 삼로동공(三老蕫公)은 곤궁한 시골의 향관(鄕官)였으나 한고조(漢高祖)에게 ‘호소(縞素)의 법도’를 가르치지 않았습니까? 지금 각하의 형세가 노중련의 염치에 견줄 바 아니오, 나의 말이 특히 동공의 의리에 비길 바는 못 됩니다. 나의 말이 옳다 하고 채택해서 한 손바닥의 한스런 모양을 보여준다면 비록 재능은 없으나 마땅히 간뇌도지(肝腦塗地)로 일을 도모할 것이요, 나의 말이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고 하여 귀를 기울이지 아니한다면 족히 각하의 본의를 짐작할 수 있으니 내 차라리 머리를 깎고 입산을 할지언정 다시는 천하의 일을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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