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안에 모든 불빛은 숨을 죽였다. 사물의 윤곽이 희미하게 파악 될 때쯤 그녀가 품속으로 들어왔다. 창가는 밤바다로 소란스러웠다. 내 품에서 은영이가 귓밥을 핥아주었다. 부드럽고 은밀한 그녀의 젖가슴이 손안에 들어왔다. 인간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발정기가 사라졌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체온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고독하거나 외롭다거나 바늘로 허벅지를 찌르면서까지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각이 깊어질수록 그만큼의 빈자리에 못 견디며 힘들어 하였다. 다만 쉽게 정체를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 누울 자리를 보고 발 뻗을 수 있다면 언제든지 그 길에 서리라. 지탄받지 않는 자유로움이 뒷받침된다면 백번이고 이백 번이고 나는 준비가 되어있다. 행사장에서도, 직장에서도, 백화점에서도, 스크린에서도, 공원에서도 상상 섹스를 꿈꾼다. 굳이 이상형이 아니더라도 스쳐지나간 상대일지라도 작은 매력에 꿈틀거린다. 그렇지만 윤리적으로 지켜야할 선에서 힘껏 버티고 있을 뿐이다. 그전에는 몰랐는데 여색에 탐닉하는 정체가 불쑥불쑥 고개를 내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마도 촉수를 건드려 자극적인 삶을 이어가는 매개체로 자리 잡은 것 같았다. 그래야 쉽게 삶을 포기하고 쉽지 않은 이유가 바탕이 될 수 있었다. /비 오는 날 가면 문 닫아걸고/ 밤새 말없이 술 마셔주는 여자와/ 유행가라곤 심수봉밖에 모르는 여자와/ 취해도 울지 않는 여자와/ ...중략/ 낮술 마시는 여자와/ 독하게 눈 맞아서/ 저물도록 몸 버려야지/ (반가사유 중에서/류근) 뜻하지 않는 인연으로 몸을 허락한 그녀의 화냥기를 사랑한다.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그녀의 화냥기는 손톱만큼도 결코 추하지 않다. 그녀의 두 팔이 내 등을 감싸 안았다. 본능적으로 땀구멍에서 쉴 새 없이 나오는 페로몬 향기에 취한 듯 그녀는 문을 활짝 열었다. 그녀는 깊게 나를 받아들였다. 우린 멈추지 않았다. 분명하게 명분을 찾고 싶었다. 호미곶이란 지점에서, 바다 속 오른손 동상과 마주보는 왼손 동상의 가운데서 시작점은 시작되었다. 전달받은 묘한 기운은 삶의 터전에 생성과 성장으로 자리를 잡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수시로 드나들었다. 긴 항해가 끝난 정박된 배에서 넓은 바다가 큰북처럼 둥둥 울렸다. 아무도 그 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지만 파도가 먼저 깨우고 있었다. 수북이 갈매기가 날고 방파제가 아득한 바람을 자신의 몸속으로 끌어들였다. 은영이가 정성껏 퍼즐 맞추기에 충실한 자세로 밀착해왔다. 가슴을 열고 몸으로 연결고리를 찾아 기꺼이 한 묶음으로 받아들였다. 포갠 몸에서 떨어져 나가자 창가는 새벽 바다가 견고하게 들어차 있었다. 유난히 뺨이 발그레한 그녀가 흔들리는 호흡을 정리했다. 아내가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날 때 까지 이년이 흘렀고 그렇게 뒤죽박죽 된 일 년의 시간이 더 얹혀졌다. 물에 기름이 떠돌 듯 살아온 시간 속에서 공허함을 메꾸는 것은 상상만으로 만족했다. 세상에 없는 아내지만 은근히 의식하며 절제해 왔다. 그런 나는 바다가 주는 무한한 뒤척임에 투항하고 말았다. 손으로 빗질해주는 그녀를 향해 돌아 누우며 행복한 포로생활을 꿈꾸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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