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에 제주도에 있던 탐라국에서 오직 탐난다는 마음을 담은, 탐나국으로 은영의 섬 이름이 최종 낙착되었다. 첫 관문의 난제가 풀리자 왠지 신바람이 났다. ‘일상으로의 초대’ 노랫말이 흥얼거려졌다. 더 많은 볼거리와 들려줄 거리를 뒤로 하고 이른 생을 마감한 ‘신해철’이라는 이름이 순번을 기다린 언어처럼 툭 튀어 나왔다. “안타까운 가수였는데, 좋아하세요?” 은영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즈음 나는 외로웠다. 치마만 두르면 누구든지 연애를 하고 싶다는 눅진한 외로움이 발에 차이던 육년 전이었다. 신해철의 비보를 뉴스에서 접했고 곧 이어 흘러나온 ‘일상으로의 초대’는 단번에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산책을 하고...문득 자꾸만 네가 생각나...내게로 와줘...너와 함께라면 모든 게 달라질거야...지친 몸을 서로에 기대며...조용히 잠들고 싶어. 서거나, 앉거나, 눕거나 틈만 있으면 입안에서 한동안 흥얼거리는 시기를 경험했다. 마치 틱장애처럼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고 일상에서 삐져나오는 흥얼거림은 나를 곤혹스럽게 하였다. 버림받았고,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것 같은 이 찝찝한 기분의 심각성을 깨닫고 마침내 정신과 치료를 받기에 이르렀다. 명상의 시간을 통해 몸과 마음을 밝은 곳으로 인도해야할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무엇이 그토록 집요하게 나를 흔들어 놓았을까. 노랫말이 던져주는 강한 감정이입과 몽환적 음률이, 수백 번 들어도 질리지 않는 일상으로의 초대를 하고 있었다. 지족선사의 면벽수행처럼 나는 끊임없이 도리질을 했고 끊임없이 나를 차단했다. 외로움은 단지 몸 안에 보이지 않던 버턴을 누른 현상이라고 받아들였다. 버턴을 작동하는 연결선을 끊어내는 작업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런 맥락에서 바쁘게 몸을 놀렸고 딴청도 부리면서 히죽거렸다. 그렇게 어이없게 찾아와 나를 지배하던 노랫말이 시들해지는 시기는 세 달을 채 넘기기지 않았다. 심각하다고 생각되어졌고 이러다가 틱장애로 굳어지는 염려 아닌 염려로 내 생활반경의 걸림돌이 되더니 그렇게 잊혀져갔다. 은영의 섬이 탐나국으로 호명 되었을 때 리액션 정도로 기다렸다는 듯, 노랫말이 입속에서 삐져나왔다. 은영은 트로트를 흥얼거릴 나이인데 신기하게도 테크노 음악이라니, 하는 정도의 관심을 보였을 뿐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다. 그런 상황이 차라리 고마웠다. 더 파고들거나 집요했다면 없어진 꼬리가 살아나듯 약간의 혼란스러움도 감안 했을지 모를 일이었다. 어쩌면 중독성 강한 유혹을 떨쳐내기 위해선 ‘자기애’가 반드시 필요했다. 그런 굴곡을 넘긴 탓일까. 더 이상 노랫말은 내안에서 쟁쟁쟁 거리지 않았다. 탐나국에는 침엽수가 열일곱 그루가 있다고 했다. 족제빈지 토끼인지 한 마리가 썰물을 타고 들어와 집을 짓고 산다고 했다. 작은 암벽사이로 가재며 소라며 게가 투덕투덕 붙어산다고 했다. 칠십 평 남짓한 섬을 자신의 이름으로 사둔 아버지가 원망스럽다고 했다. 멀리 달아나지 않게 발목에 찬 족쇄를 보여주듯 핸드폰 속 사진을 보여주었다. 뭐랄까. 단번에 ‘일상으로의 초대’에 사로잡힌 것처럼 끈끈하고 매끈하게 탐나국이 눈에 들어왔다. 이 또한 언젠가는 멈출 것이다. 어쩌면 면벽수행을 하듯 밀어낼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의 내 가슴은 왕왕 짖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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