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싯배 선주가 포구에서 마중 나와 있었다. 우리가 싣고 간 생필품을 옮겨 담으며 걸걸한 목소리로 농담까지 곁들였다. “두 분의 꿈이 야물딱집니다 그려. 갈 때는 두 사람, 올 때는 세 사람이 되어 금의환향하이소. 걸걸걸.”하긴 그래도 되지만 은영의 나이가 오십대 초반이라서 당연히 불가능 할 것도 같았다. ‘그렇지만 기적을 한번 경험해볼까!’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만으로 청춘의 피가 끓듯, 매복해 있던 근육이 살아나기 시작했다.배가 드나들기 좋은 바위틈 사이로 낚싯배를 정박했을 때 괜히 남성미를 뽐내기 위해 주렁주렁 짐을 팔에 매달고 내렸다. 선주의 말대로 세 사람 만들기 계획에 차질을 빗는다면 순전히 은영의 탓으로 돌리고 싶은 치기 같기도 했다.탐나국은 섬 끝에서 섬 끝이 보이는 소박한 땅덩어리로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컨테이너에 태양광 발전기도 갖추고 있었다. 문화생활을 접으려는 각오까지 한 내가 무색할 정도로 그다지 불편하지 않을 혜택을 뿌리내린 것이 마냥 신기했다. 은영은 내 표정에서 읽었는지 공치사를 듣고 싶어 하였다.“대단, 대단합니다. 이곳에 이런 왕국을 건설할 꿈을 실행에 옮겼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칭찬받아 마땅합니다.”은영은 입술을 내밀었다. 마중 나온 입술에 내 입술을 부딪쳤다. 촉촉하고 달짝지근한 기운이 늑골에 박혀들었다. 마냥 신선놀음을 하고 있기에는 가져온 짐들이 눈에 밟혔다. 아쉽지만 돌아서서 부산하게 짐을 컨테이너 안으로 옮겨 놓을 때 침엽수 나무 사이에서 뭔가 꿈틀되는 생명체를 보았다. 은영이가 말한 산토끼 아니면 족제비 쪽으로 생각을 옮겨 갔지만 그러기에는 생각보다 몸집이 커보였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닌 두 마리가 멀뚱하니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영토에 들어온 낯선 방문자를 향한 적개심의 눈빛이었다. 다급하게 그녀를 불렀다. “쟤들의 정체는 뭡니까?”안에서 짐정리를 하다가 다급한 호출에 불려나온 은영의 눈이 커지긴 마찬가지였다. 탐나국의 주인은 분명 은영이였다. 주인이 인정하지 않는 내방객은 당연히 쫒아내야 된다.그것은 자신의 영토를 가져온 오래전부터 이미 행해오던 불문율로 되어있었다. 일단 노출되어있던 짐을 부랴부랴 안으로 들여놓고 정체가 불확실한 그들을 창문으로 탐색하기에 이르렀다.너무도 당당하게 산에서 내려와 컨테이너 주위를 어슬렁 거렸다. 유기견처럼 보이는 검정, 노랑도사견이었다. 어떻게 탐나국까지 흘러들어왔는지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우리를 자신의 영토에 들어온 침입자로 알고 있다는데 기가 차지 않을 수 없었다.가르릉 가르릉 내뱉는 독기하며 잔뜩 성난 몸집이 우리를 더욱 왜소하게 만들고 있었다. 여차하면 컨테이너 벽을 뚫고 들어올 기세로 주위를 포위하고 있었다. “은영씨도 전혀 모르고 있었나요?”“육 개월 전 잠깐 들렸을 때는 산토끼가 전부이든데, 어떻게 이런 일이...선생님, 호신용으로 놔둔 야구방망이가 있어요. 이걸루 어떻게 해보세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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