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에 빠진 사람은 목숨이 왔다갔다할 만큼
심각한 데 남을 생각할 여유가 있겠습니까?
내가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없으면 남도 나를 돕게 되질 않습니다. 실망스런 자신의 삶을 그나마 보람있게 끌고 나가기 위해서는 남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자, 복된 일입니다.
억지로 남을 도우라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희망없는 나 때문에 여러 사람에게 슬픔을 주기 보다는 자그마한 기쁨이라도 주는 배려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어린 보살의 가슴뭉클한 얘기를 해 드리지요.
강원도 산골 목장에 백혈병을 앓고 있었던 김민우라는 소년이 있었습니다.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백혈병을 앓기 시작해서 중학교에 입학하는 날까지 병원을 들락거리는 날이 많아 학교도 제대로 다녀보지 못했습니다.
중학교 입학했을 때 다른 친구들은 한껏 부푼 마음으로 학교에 다녔지만 김민우 학생만은 백혈병이 재발하여 다시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며칠동안 혼수상태에 있었던 민우는 정신이 들자마자 엄마에게 졸라서 담당의사를 만나게 해 달라고 했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담당의사를 만나러 간 민우는 의사에게 단둘이 할 말이 있다며 엄마를 밖으로 밀어 냈습니다.
그는 독한 약으로 인해 머리카락도 다 빠지고 얼굴도 노랗게 부어 올랐습니다. 하지만 두 눈만큼은 총명하게 빛나고 있었지요. 그는 의사선생님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저는 앞으로 얼마 살지 못할 것 같아요. 백혈병으로 고생하는 다른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나를 기증하고 싶어요.”
의사 선생님은 민우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고는 목이 메어 아무말도 하지 못했고, 이를 밖에서 듣고 있던 엄마는 숨죽여 눈물을 흘릴 뿐이었습니다.
민우는 이같은 말을 한 후 같은 병동에 있는 아이들이 하나 둘씩 죽어가더라도 애써 쾌활함을 잃지 않고 더욱 씩씩하게 지내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러나 민우도 끝내는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의식을 잃고 말았습니다.
열흘째 되던 날 민우는 의식을 차리고 눈을 가느다랗게 떴습니다. 부모가 민우의 곁으로 다가가자 민우는 힘겹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 아빠,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사랑해요.”
민우는 이렇게 자신의 시신을 기증하겠다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꺼져 가는 어린 생명도 이렇듯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주려고 노력했는데 세상살기 어렵다고 모든 일을 쉽게 포기하고 절망하며 살아간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아름다운 인생이란 민우처럼 슬픔과 역경 속에서도 남을 위할 줄 알 때 돋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희망이 없는 삶은 의미가 없다고 말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희망이라는 것은 절망을 딛고 일어섰을 때 있는 것이지 잔칫상처럼 이미 마련되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려움에 처해있다 하더라도 국민들이 다시 이타의 정신으로 화합하고 단결하여 극복해 나간다면 반드시 희망이 있습니다.
희망이 있는 삶을 살고 싶습니까? 아니면 이대로 절망하고 말겠습니까?
희망을 갖고 싶다면 지금의 이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십시오. 부처님의 가피도 노력하는 사람에게만 내려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어려움이 있더라도 상대를 생각하고 마음을 베푸는 사람에게 가피가 따르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이 시대의 어려움을 극복하여 다시 희망있는 시대를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