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부터 말과 관련된 성어, 속담을 살펴보고 있다. 사람의 신발에 해당하는 편자는 말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한 것 중 하나였는데, 지금은 장제사(裝蹄師, 편자 박는 전문가)들이 하는 일이지만 예전에는 대장장이들이 주로 말에게 편자를 박는 작업을 하였다.
500킬로에 육박하는 덩치가 큰 말에게 편자를 박는 작업은 쉬운 작업이 아니었을 것이다. 풍속화를 즐겨 그렸던 김홍도(金弘道, 1745-1806년?)의 편자박기를 감상하며 속담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말에 실었던 것을 벼룩 등에 실을까’라는 속담은 큰 말에게 실었던 짐을 아주 작은 벼룩 등에 실을 수는 없다는 말로, 약한 자에게 큰 짐이나 책임을 주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큰 것은 말에, 작은 것은 벼룩에 비유하는 것이 아주 재미난 말이다.
‘먹기는 발장(발군(撥軍)의 우두머리)이 먹고, 뛰기는 말더러 뛰란다’는 속담은 정작 애쓴 사람은 공을 인정받지 못하고 애쓰지 않은 딴 사람이 받는다는 뜻이다.
같은 뜻의 속담으로 ‘먹기는 파발(擺撥, 조선 후기 공무로 급히 가는 사람이 타던 말)이 먹고 뛰기는 역마(役馬, 일을 시키는 데 쓰는 말)가 뛴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중국 사람을 낮게 부르는 말)이 받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먹는 데는 파발이요, 일에는 송곳이다’는 속담은 제 이익이 되는 일이나 좋은 일에는 남보다 먼저 덤벼들지만 힘든 일에는 꽁무니를 뺀다는 뜻이다.
사람의 이중적인 모습을 비판하는 말로, 좋은 일이나 힘든 일이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임하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지금 되새겨야 할 속담이다. 특히 코로나로 힘든 곳에 솔선수범해서 재빠르게 가서 자원봉사하는 사람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먹지 않고 잘 걷는 말이 없다’는 속담은 힘이나 노력을 들이지 않고 잘 되는 경우는 없다는 뜻이다. 개미와 베짱이 동화가 생각나는 속담인데, 지금은 힘들어도 자기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힘들더라도 지금의 고통과 괴로움을 견디고 해나가는 것이 미래의 희망을 위해 해야 할 일이라는 것임을 말하는 것이다.
‘무는 말 아가리와 깨진 독 서슬 같다’는 속담은 무는 말의 벌린 아가리와 같고 깨진 독의 예리한 날과 같이 모질다는 뜻으로, 사람됨이 모질고 독살스러워 가까이 할 수 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무는 말이 있는 데 차는 말이 있다’는 속담은 취미나 성질이 맞는 끼리끼리 모여 지낸다는 뜻으로, 나쁜 사람이 있는 데는 그와 비슷한 패거리가 모인다는 말이며 고약한 사람이 있는 곳에는 그와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이 모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말은 순하고 겁이 많은 동물로, 사나운 말이 있는 곳에는 발로 차는 더 사나운 말도 있다는 말이다.
‘봄바람에 말 씹도 터진다’는 속담은 봄바람을 쐬면 밖에서 생활하는 말의 씹도 잘 튼다는 말로, 봄바람에 살갗이 잘 틈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단어가 좀 귀에 거슬리지만, 국어 사전에 있는 속담이다.
민속대백과사전에 따르면, 봄철은 날씨가 매우 건조해져서 불이 나기 쉬운 계절임과 동시에 여러 가지 질병이 생기기 쉬운 계절이다. 이때 함부로 바깥바람을 쐬게 되면 건강에도 해롭고 피부에도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항상 밖으로 커다랗게 나와 있는 말의 성기에 빗대어 봄철의 건조한 날씨를 조심해야 한다는 것으로 조상들의 지혜와 해학이 함께 담긴 속담이다.
‘봄바람에 말똥 굴러가듯 한다’는 속담은 봄바람에 바짝 마른 말똥이 잘 굴러가듯 봄이 되면 어떤 일이든 슬슬 잘 풀린다는 뜻이다. 예전부터 봄철은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게다가 지금은 황사도 있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할 것이다.
‘봄에는 생말가죽이 마른다’는 속담은 봄철에는 일반적으로 날씨가 매우 메마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한국세시풍속사전에 보면, 봄철에는 비가 잘 내리기도 하지만 날씨가 불규칙해서 가뭄이 심해질 수도 있다.
어쩌다 가뭄이 계속되는 날이면 사람들의 생활은 물론이고 동식물들의 생태마저 큰 타격을 입는다. 제일 예민한 반응을 드러내는 것은 땅 위에서 자라는 생물들인데, 수분이 딸리면 발육은 고사하고 말라죽기 마련이다. 그 피해의 양상을 실감 있게 드러내기 위해 생말가죽이 마른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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