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
경제 위기로 사람들 마음에 찬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산사에서 수행하시는 스님도 사회의 일반적인 냉기를 느끼고 계시는지요?
사바의 복잡한 인연을 떠나 있지만 중생의 몸을 하고 있는데 어찌 찬바람 따뜻한 바람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특히 실직한 남편을 바라보던 아내들이 부처님 앞에 와서 통곡하는 것을 볼 때마다 내 심정도 보통 착잡한 것이 아닙니다. 요즘은 이웃끼리도 농담을 주고 받는 일이 적어지고 삼삼오오 귀엣말로 근심을 나누는 일이 많아졌다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지 못하고, 정을 주고 받지 못하고, 불안감과 초조감으로 기력과 의욕을 잃어버린 분들을 만날 때마다 산사의 계곡에도 코로나19 한파가 감돌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봄바람처럼 모든 냉기가 사라지고 냉이처럼 풋풋한 향기가 감돌게 될까요?
코로나19 한파로 임신을 계획했던 부부들이 출산을 미루거나 기피하는 풍조가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임금삭감 등 심각한 경제 외풍에 시달리는 젊은 부부들이 가계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육아비를 줄이겠다는 생각 때문일 것입니다.
갓난아기 1명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한 달에 30~50만원에 육박한다는 통계가 있었습니다. 특히 맞벌이 부부들은 탁아비용까지 포함하여 한 아이에게 들어가는 육아비가 80~100만원까지 들고 있다고 하니 이런 점을 고려하면 젊은 부부가 출산을 기피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불자님도 코로나19를 살아갈 나름대로의 대책들을 생각하고 계실 것입니다. 아이들을 보내던 학원도 못 보내는 집이 많은 것입니다. 딸을 출가시킬 계획이 있었던 집도 아주 검소하게 혼례를 치르게 하든지 아니면 좀 미루든지 하는 집도 있다고 하더군요.
비닐하우스마다 기름보일러를 연탄보일러로 바꾸기도 하고, 가축에게 먹일 사료를 구하기 어렵자 쌀겨나 옥수수를 구하는 집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고생하고 있지만 우리가 꼭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사람의 인심입니다.
직장동료나 동네 사람이 삶의 경쟁상대가 아니라 함께 돕는 협조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상대라는 것을 잊지 말고 어려울 때 일수록 따뜻한 인간관계를 형성해 나가야 합니다.
도시에서 살고 계신 분들은 농촌에서 고생하는 분들을 생각하시고, 농촌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도시사람들이 물가고에 시달리고 있는 마음을 헤아려 줘야 합니다. 서로가 입장이 다르다 해서 자신들의 입장만 내세우고 남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으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도울 수가 없습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 가운데는 물가가 자꾸 치솟자 생필품들을 사재기하는 사람들도 있는가 본데 불자님들은 제발 그러지 마십시오. 어려울 때 어려움을 나누어야 나중에라도 복을 받는 것입니다.
그리고 쌀값 비싸다고 라면이나 국수, 빵을 많이 먹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만약 그렇게 지내고 있다면 잘못된 생각이니 이제라도 생각을 바꾸도록 하십시오.
지난 1월 말경 농협에서 환율 인상으로 수입밀 가격이 크게 인상되면서 밥을 먹는 것이 라면 보다는 비싸지만 국수나 빵을 먹는 것보다는 훨씬 경제적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밥을 한끼니 먹을 때 드는 비용은 737원 정도라고 합니다. 여기에는 김치와 콩나물 무침, 두부찌개 등 부식값이 520원 들어있습니다.
반면 라면은 환율인상에 따른 가격상승률 25%를 적용할 경우 1개당 375원에 김치, 계란 등 부식비용 270원을 더해 모두 645원이 소요되고, 국수는 50%인상 가격을 적용할 경우 부식비용과 함께 858원이 든다고 합니다.
식빵은 1,310원의 비용이 소요돼 밥을 먹는 것이 국수나 빵보다는 훨씬 경제적이라는 지적을 농협에서 한 바 있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