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머리(10)  강어귀에 터를 잡은 백사장에 털썩 주저앉아 서로의 속내를 털어 놓았다.  갈대가 넘실넘실 바람결에 맞춰 움직였다. 세상이 한눈에 들어온듯 묵직하게 흐르는 강물이 말해주고 있었다. “황톳물이 넘실거리는 장마에도얼음 짱짱한 동절기에도 뒤엉키지않고 물고기들은 움직이고 있지요.그 사실이 놀랍고 고마워 숙연해질 때가 많습니다. 이 세상을 움직이는 자연의 순리가 누구에게 비롯되었는지, 미천한 우리는 차마 가늠할 수 없지만 스님은 편하겠습니다. 부처님이라고 단박에 알 수 있으니까요. 우리도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지만 워낙 입에 풀칠하기가 바빠서,허참. 그나마 이런 진지한 대화도참으로 오랜만입니다.” 마음을 열어놓은 두 남자를 향해타심도 친근하게 다가갔다. “혹여 알고 계실지 모르지만 마을 소문에는 부인(夫人)의 정신이 온전하다고 들었습니다. 맞는지요?” 손바닥에서 빠져나가는 모래로장난질을 하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꼭 깍쟁이처럼 살아야 사는 맛을 느끼나요? 우리 형제를 남편으로 받아들이면서 한껏 몸을 낮춘 집사람이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어요. 정상적이든, 아니든 그 안에서 서로의 보탬이 된다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풀피리를 부는 모습을 떠올리시면 어느 정도 해답이 나올 겁니다.  요즘은 우리도 애매하기 짝이 없습니다. 헛헛헛.” 하긴 정신이 온전해도 입방아에오를 것이고 온전하지 못해도 입방아에 오를 것이다.  온전하다면 여자를 욕할 것이고 온전하지 못하다면형제들을 욕할 것이다.  두 남자들의선택에 의해 방호벽을 쳐준 셈이 될것이다. 한 여자를 향한 두 남자의마음이 오롯이 스며있다고 생각되어졌다.  몸을 일으키자 타심의 얼굴에 강바람이 더 세게 닿았다. 이미애늙이가 되버린 푸른 시절의 마음에 비린내가 스며들었다. 타심을 배웅해주기 위해 두 남자도 일어섰다. 모래 알갱이가 후두둑 떨어졌다.  “뱃속에 아기는 누구의 씨앗인줄알고 있습니까?” “집사람은 알겠지요. 어찌되었건우리는 이미 성심으로 키우려고 약조까지 했습니다. 알게 되면 잡음이생길 우려를 사전에 차단한 셈이지요.” “엊그제 제가 도랑에서 거머리를보았습니다. 능청스럽게 다른 생명에 붙어 피를 빠는 광경을 보고 초대받은 형제분들의 집에서 거머리를 연상하게 되었습니다.  아내분이아니면 형제분들이라는 생각에 약간의 혼란을 가져오며 결론을 내리고 싶었습니다.  제가 당돌할지 모르지만 풀피리를 부는 아내분의 입술에서 거머리의 흡반을 떠올랐다면무리가 없겠습니까?” “스님의 호기심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빨래터의 아낙들이 하나같이가지는 호기심과 별반 다를 바가 없지만 기회가 되면 또한 말씀드리고픈 우리의 대답이기도 합니다.  누가누구에게 더 필요한 존재일까 하는데서 해답을 찾으면 쉬울 겁니다. 어느 날 아우에게 내 속마음을 털어놓았지요.  이런 삶이 옳은 건지. 그러자 아우가 말했지요.  서로 간절하게 원한다면 누가 거머리가 되든지상관없다고.  거머리도 암수가 있기에 알을 낳아 번식을 할 거라는 얘기에 공감이 갔습니다.  세상 사람들대부분은 자신이 거머리라는 사실을 모르고 살아가고 우리는 알고 살아갈 뿐입니다.” 먼 들판에서 지천으로 피어나는민들레 씨앗이 포자를 퍼뜨리고 있었다. 조금 더 속세의 발걸음이 능청능청해진 타심이 저만치 걸음을옮겼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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