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2) 사슴의 저항은 만만하지 않았다. 목덜미를 안간힘으로 붙들고 있는 남자의 악력은 의외로 저항을 멈추게 하지 못하고 있었다.  쇄골이 드러난 남자의 어깨는 앙상하게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어떻게 할지 몰라 어정쩡한 자신의 모습에서 타심은 한편으로 못내 속상했다.  살생을 금지하는 교리를 받들고 있는 수행자로서 도리는 아니지만 사실 도와주고 싶었다.  얼음위에서 사슴의 발악은 네다리를 묶어놓았을 뿐 몸뚱이는 심하게 곤두박질쳤다.  남자가 지탱하는 힘이 바닥을 보일 때쯤 여자와 아이들이 얼음판으로 뛰어들었다. 순식간에 여자는 요동치는 사슴의 몸뚱이 위에 체중을 싣고 올라탔다.  계집아이와 사내아이는 허벅지가 튼실한 사슴의 뒷다리 하나씩을 죽어라 움켜쥐었다. 타심의 눈에는 살생보다는 주린 배를 채우려는 당연한 행동처럼 이해되고 있었다.  남자는 질식사로 사슴의 명줄을 끊어주려는 듯 다시 온힘으로 목덜미를 죄어 들어갔다.  쉽게 숨을 놓지 못하는 사슴을 보면서 타심에게 소리쳤다.  “스님, 옆에 있는 짱돌을 주워서 제게 주시겠습니까?” 엉겁결에 방관자에서 동조자가 되는 선택의 순간 을 강 요 받 게 되었다. 타심은 묘한 기분을 느꼈다.  방관자든 동조자든 어차피 거기에서 거기지만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서 주춤거렸다.  그러자 여자의 호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하세요? 지금 이 상황이 안보이세요? 어서 짱돌을 주워서 이쪽으로 가져오시지 않고 뭐하시냐 말이에요!” 두 아이도 기가 막힌다는 표정이 얼굴에 여실히 드러나 있었다. 타심은 나무아미타불을 속으로 외치며 비교적 날카로운 짱돌을 주웠다.  차라리 고통 없이 한 번에 숨통을 끊어놓을 최적의 흉기를 남자에게 전달해 주었다. “스님도 힘을 보태세요!”여자의 강경한 목소리가 타심의 발목을 잡았다.  하기는 목덜미를 잡고 있는 남자가 손을 풀었을 때 어떤 사태가 초래될지 모를 초유의 긴급 상황인 것만큼은 분명했다. 계집아이와 사내아이를 의식하며 타심은 사슴의 목덜미를 잡았다.  남자는 건네받은 짱돌로 앞뒤를 재지 않고 여지없이 정수리에 일격을 가했다. 그 절박하고 서슬 푸른 일침이 하나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 않았다.  왠지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붉고 뜨거운 피가 얼음 위를 물들였다. 타심에게도, 남자에게도, 여자에게도, 아이들에게도 피는 튀였지만 먼 들판에서 피어나는 아지랑이가 감싸주고 있었다.  사슴은 축 늘어졌다. 아이들은 환호했다. 여자는 여전히 짱돌을 쥐고 있는 남자의 손 그물을 풀어 건네받은 짱돌을 강변으로 던졌다. 냉기로 가득한 강변에서 순간 푸른빛이 퍼져나갔다.  남자가 자랑스럽게 사슴을 어깨에 들쳐매고 앞장섰다. 뒤죽박죽된 타심의 손을 각자 하나씩 잡은 아이들은 뒤를 따랐다.  여자가 꽁무니에서 언제 출몰할지 모르는 오랑캐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수도승으로 떠돈 세월이 외로움을 부추겼는지 타심은 사람냄새에 코를 킁킁 거렸다.  산속에 있는 동굴입구에서 허리를 낮추어 안으로 들어간 남자가 부싯돌로 모닥불을 피웠다.  마른 장작 냄새가 동굴 안을 휘젓고 다녔다. 젖은 옷을 말리면서 남자가 그제야 타심에게 고맙다며 고개를 숙였다. 타심은 멋쩍게 웃고 말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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