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4)도적들의 움직임은 빨랐다. 배가 고파서 뛰쳐나온 생계형 도적들은 분명 아니었다. 무기를 다루는 움직이라든지 승냥이 같은 눈매에서 이미 살기가 듬뿍 실려 있었다.
신분노출을 자제하던 두건을 도적들은 벗었다. 긴장한 탓인지 타심의 뒷목이 꼿꼿하게 서는 두려움을 느꼈다.
“두건을 벗고 얼굴을 보인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지 알고 있겠지? 한 놈도 살려두지 않고 동굴 안을 무덤으로 만들어 줄 작정이야. 어린놈의 목숨이 아깝지만 이 또한 운명으로 받아들이면 그나마 편하지.”
쇠스랑을 쥔 도적이 앞으로 나섰다. 탄탄한 어깨근육이 대충 실력을 가늠하게 만들었다. 두 걸음을 물러서며 간격을 벌렸다.
끝이 날카로운 쇠스랑을 휘둘렀을 때 협소하지 않은 장소에서, 마음먹은 대로 피할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싶었다. 사실 한 번도 무술 연마를 하며 진검승부로 겨뤄본 적은 없었다.
기껏해야 지족선사의 지팡이에 몇 대 맞거나 피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양손에 쥔 막대기가 타심의 생명을 유일하게 지켜주는 생명줄이었다.
동굴 안에 있는 남자의 움직임은 없었다. 이 상황을 알고 있는지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쇠스랑 끝이 살아있는 공격이 시작되었다.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인다면 여지없이 심장으로 뚫고 들어올 것처럼 매섭고 앙칼졌다. 가급적 방어의 자세로 대치하다가 상대방이 무기를 놓치게 하는 것으로 승부를 짓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타심은 한발을 축으로 원을 그리면서 빈틈을 일부러 내어주었다. 그러자 쇠스랑은 어김없이 낚아채었다고 생각한 빈틈을 향해 돌진해왔다. 간단하게 몸을 솟구치면서 막대기로 정수리에 한대, 어깻죽지에 한대씩 후려쳤다. 쇠스랑이 눈을 까뒤집으며 벌러덩 뒤로 넘어갔다.
그 일격에 놀란 사람은 뒤에서 느긋하게 지켜보고 있던 나머지 두 명이었다. 한 명은 창을, 한 명은 도끼를 앞세우고 타심의 등 뒤에서 기습공격을 시도하였다.
지족선사의 가르침은 이러했다.
“여러 명이 덤벼도 상관없다. 어차피 대적할 사람은 정면에서 맞설 사람이다. 조금이라도 측면이라면 그냥 놔둬도 정면이 우선권으로 대적할 것이다. 다만 긴장을 늦추지 마라. 곧 이어질 공격은 항시 도사리고 있으니까. 무기를 든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을 크고 강하게 할 이점(利點)은 있다. 바람에 쓰러지는 갈대를 손에 들었다 해도 믿음과 확신이 승패의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싸움은 상대의 마음을 먼저 읽고 상대가 가고자하는 길목에서 매섭게 몰아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너의 아량이 너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자비(慈悲)는 상대가 공격을 멈춘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섣불리 베푼 자비에, 깨닫지 못한 상대는 그것을 이용하여 너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것이다. 명심하라!”타심은 막대기로 그들의 공격을 간신히 막았다. 창과 도끼는 거품을 물고 있는 쇠스랑의 몰골에서 더욱 더 악을 쓰며 달려들었다. 막대기 끝으로 달려드는 도끼의 정강이를 찔렀다.
중심을 잃은 도끼가 앞으로 쓰러지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막대기로 목울대를 올려쳤다.
컥컥대며 몸을 뒤틀고 괴로워하고 있었다. 창은 스스로 한걸음 물러서서 타심의 실력에 내심 공격을 멈추게 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