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7)곡괭이와 삽으로 다져진 근육을 여지없이 드러낸 남자가 여자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수풀더미가 쿨렁거렸다. 타심은 바위 뒤에 몸을 낮추어 말로만 듣던 남녀의 짝짓기를 비로소 목도하게 되었다. 저 휘몰아치는 거침없음을 받아들이는 여자의 표정은 행복해보였다. 여자의 목덜미와 가슴과 허리로 이어지는 선이 온통 사타구니로 빨려 들듯 강렬하게 다가왔다. 타심은 여자의 성기를 처음 보았다. 거머리의 빨판을 닮아있었다. 타심은 뜨거운 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 이 행동이 수도승으로서 올바르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멈출 수 없었다. 자신의 몸속을 깨우는 아우성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곧 앞길에 걸림돌이 되어 힘들어질 것은 분명했다. 수십번 돌아서고 싶었지만, 그럴수록 붙박이처럼 더 달라붙고 있었다. 남자의 혀가 여자의 몸 구석구석을 핥고 있었다. 타심의 열일곱 살은 척박한 땅에 내린 뿌리가 싹을 틔우는 적당한 시기였다. 그러면서 존재 가치를 부여받고 싶은 질풍노도의 시기이기도 했다.그런 까닭에 무언가 절실하게 꿈틀거리는 몸의 변화를 타심은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추녀 끝으로 자라는 고드름처럼 삐죽이 고개를 내미는 자신의 살점을 내려다보며 몸을 뒤척였다. 남자는 강하고 빠르게 여자와 뒤엉켜 있었다. 그들의 신음소리가 수풀더미 너머로 새어나갔다. 타심은 무심코 아랫도리를 바위에 밀착시켜 부비기 시작했다. 두텁게 밀착된 부위에서 들풀처럼 번져간 열기가 삽시간에 화들짝 들끓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온몸을 감싼 기분 좋은 발기의 끝을 맛 보았다.타심은 사타구니를 오므려 인두로 지지듯 그 느낌을 누렸다. 여자는 남자의 몸을 가만히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미세한 떨림이 잦아진 채로 남자를 토닥거리던 여자가 빠져나와 벗어둔 옷을 입었다. 타심은 서둘러 동굴로 내려갔다. 계집아이와 사내아이가 공기놀이를 하고 있었다. 또르르 굴린 조약돌을 낚아채는 계집 아이의손길이 예사롭지 않았다. 사내아이는 그저 무심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불씨가 살아있는 모닥불은 작게나마 생명줄을 연장하고 있었다.다시 밖으로 나와 협곡으로 흐르는 물가에서 옷을 벗었다. 거미줄에 걸려 파닥거리는 불심을, 추스르는 정신수양으로 얼굴까지 물속에 잠기게 했다. 숨을 참으며 짝짓기를 잊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다. 그럴수록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여자의 얼굴과 남자의 쿨렁거리는 근육이 있었다.
떨쳐버리자며 도리질했지만 이번에는 도깨비바늘처럼 곳곳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꺽꺽 거리면서 온 힘을 다해 떼어버리고 싶었지만 호락호락하지 않는 잡념에 더욱 빠져들었다.타심은 옷을 입고 가부좌를 튼 채명상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싶었다.얼마쯤 지났을까. 마음은 안정을 찾았지만 알 수 없는 옅은 번뇌가 꼬리를 물고 있었다. 이 또한 병속에 새를 끄집어 낼 화두처럼 내내 살아가면서 오장육부를 북북 긁을 것이다. 타심은 그렇게 받아들였다. 저만치 남자와 여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젖은 몸을 씻을 요량이 분명했다. 아까 뒤엉켜있던 모습이 떠올랐지만 다행히 덤덤하게 받아들였다.“동자스님, 여기 계셨군요. 우리는 목물이라도 하려고 협곡을 찾았지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