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10)  골짜기로 접어든 타심은 서둘러 동굴로 찾아갔다. 동굴가족들이 오 순도순 모여 화목하게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틀림없이 도와준다는 확신으로 타심은 자초지종을 설 명하기에 이르렀다. 약간의 망설임 은 없지 않았지만 남자는 오랑캐를 소탕하고자하는 구국일념에는 앞장 서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머리를 모았다. 많은 머릿 수로 위협을 주기위해 곳곳에 허수 아비로 위장하는 것이 첫째요. 양쪽 의 곡벽이 급경사를 이룬, 폭이 좁 은 협곡으로 몰아넣는 것이 둘째요. 억새풀이 흐드러지는 구석진 곳으 로 그들을 모았다 싶으면 남동풍에 실은 화력을 당기는 것이 셋째요. 남자와 여자와 사내아이와 계집아 이와 타심이 한마음으로 뭉쳤다.  오랑캐들의 습격으로 풍비박산 된 마 을과 뒹구는 시체를 한 치의 오차 없이 돌려주고 싶었다.  아니 반드시 돌려주어야한다. 남자는 허수아비 한 개를 만드는 데 시간이 지체되었지만 곧 터득 한 손재주로 두 개, 세 개를 뚝딱뚝 딱 만들어내었다.  멧돼지몰이에 동 원된 쇠붙이를 가져와 골짜기가 메 아리치도록 두들길 것이다. 이 땅이 어떤 땅이라는 것을, 이 땅이 얼마 나 굳건하다는 것을 오랑캐들의 일 거수일투족에 심어줄 것이다. 바람 아, 남동쪽으로 불어라. 이 나라에 서 불던 협곡바람이기에 도울 것이 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오랑캐들은 마을에서 승전한 전 리품으로 포식을 하면서 마냥 태평 해 보였다. 대낮부터 자축하는 술판 이 벌어졌고 정신상태가 너나없이 해이해져 있었다.  은밀히 동태를 파 악하던 타심이 허리춤에 칼을 높이 치켜들었다. 칼날은 봄볕의 가운데 를 관통하며 번쩍거렸다. 멀찌감치 있는 동굴가족에게 보내는 신호이 며 오랑캐들에게 일격을 가할 날선 위협이기도 했다.  오랑캐 중 누군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관군이닷!” 외마디 비명에 맞춰 여자와 아이 들은 쇠붙이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찌쟁찌쟁 울려 퍼지는 골짜기 소리 는 밖으로 달아나지 않고 협곡으로 몰려가고 있었다. 남자는 끈으로 연 결된 허수아비를 마구 흔들면서 심 한 압박감으로 죄여왔다.  그래도 오랑캐들은 관군을 의식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의도치 않게 관군의 출 현으로 오해한 외마디에 허겁지겁 협곡으로 몸을 숨기기 바쁜 꼴이 되었다.  오랑캐의 오합지졸을 온 백성 이 보아야 하는데, 타심은 씁쓸히 입맛을 다셨다. 혼자 낮잠을 잤는지 동떨어져 있 던 오랑캐 우두머리가 도망가는 졸 개들의 등에 대고 버럭 소리를 내질 렀다.  상황판단이 되지 않았지만 뭔 가 거대한 압박에 부딪혀 형편없이 뒷걸음친다고 생각이 든 탓일까.  우 두머리답게 사방을 둘러보았다. 남 자가 끄는 허수아비 여럿과 골짜기 에 자우룩이 번지는 쇠붙이 음이 맞 물려 동공을 크게 만들고 있었다.  타 심은 우두머리를 향해 칼을 날렸다. 살아있는 칼끝은 회전을 하며 날 아와 어김없이 우두머리 가슴팍에 꽂혔다.  비명을 내지르지 못하고 단 숨에 목이 꺾인 채로 싸늘한 시체 가 되었다. 횃불을 든 남자는 달려 와 억새풀에 몸을 숨긴 오랑캐를 향 해 불꽃을 피워 오르게 했다.  남동 쪽 바람은 삽시간에 불꽃으로 억새 풀을 삼켰다. 오랑캐들은 불구덩이 속에서 그들이 저지른 만행과 죄악 을 톡톡한 대가로 지불하고 있었다. 타심은 합장으로 영혼을 위로했다.  “다음 세상은 너희 나라에서 농 사꾼으로 사시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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