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6) 알몸으로 드러난 적문의 살갗은 희고, 순한 근육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어쩌면 달아나려고 몇 번 뒤척인 것도 같았다. 이 황당무계한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갈등으로 몇 번 경직된 것도 같았다. 허나 마음은 잠깐씩 부딪히고 있었지만 이미 몸은 나긋나긋하게 받아들였다. 알몸으로 만든 옥주가 이번에는 자신의 옷을 벗어 아무렇게나 뒷전으로 툭툭 던졌다. 그 모습이 어찌나 소름끼치도록 전신을 옥죄어 오는 자물쇠가 되는지 적문은 몸소 체험하고 있었다. 옥주는 과감하게 사랑채 문을 열었다. 적문은 화들짝 놀랐지만 개의치하지 않는 옥주의 뜨거운 입김이 다가왔다. “이 시각에 올 사람이 없답니다. 속세를 떠났던 몸과 마음을 영접하듯 방문을 활짝 열어놓았지요. 한차례 합일이 성사된 뒤 방문을 닫겠습니다.” 문득 적문은 바깥세상을 넘겨보았다. 옥주의 혀끝, 손끝이 다녀간 다급한 몸뚱어리로 한세상 번뇌로부터 자유로워질 수도승의 기억을 떠올렸다. 모두 다 부질없었다. 쪽박처럼 이렇게 으깨어질 줄 알았다면 참고 견디었던 참회의 마음공양이며 역량과 신심의 삼천 배는 어디 갔는가. 지금 홀로 보이는 저산은 누구의 손을 맞잡고 있는가. 떠도는 구름 곁을 지나는 산새야, 예전 그 길이 보이면 울어 달라. 다시 척박한 땅에 싹 틔울 불심(佛心)은 이렇게 쓰러진다. 옥주는 서두르지 않았다. 천천히 다가왔지만 무겁게 눌렀다. 마침내 서로의 몸에 불을 밝히듯 하나로 짜임새 있게 만들어졌다. 상대의 신음을 챙기고 처음도 끝도 찾을 수 없는 사뭇 뜨거움이 이어질 때 모래알처럼 부서져내려도 좋고, 바윗돌처럼 단단해져도 좋은 한 몸의 술렁거림을 나누어 가졌다. 그리고 쉽게 만날 수 없고 찾을 수 없는 속궁합이라 새겨 넣었다. 옥주는 둥근 가슴을 출렁거리며 둥근 엉덩이를 일으켜 방문을 닫았다. 그런 움직임이 싫지 않았다. 뒷전에 벗어둔 옷을 하나 둘 챙겨 입고 옥주가 적문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잘 오셨습니다. 낭군님. 편히 쉬고 계세요.” 옥주가 나간 방안에서 적문은 팔베개를 하고 누워 있었다. 잠깐잠깐 저녁바람이 문고리를 흔들었다. 별안간 사정없이 후려치는 죄책감이 스무 살 적문의 미간을 흔들어 깨웠다. 눈물은 순식간에 찾아왔다. 말릴 새도 없었다. 눈물보다 더 독한 패배의식의 보따리를 풀자 뺨을 후려치는 매운 죽비가 느껴졌다. 적문은 소리 내어 울었다. 단술을 가져온 옥주의 발걸음은 문밖에서 멈췄다. 귀를 열어 방안의 울음소리를 가슴에 담았다. 승복도 탁발도 발우도 미투리도 이제 저 남자는 내려놓을 것이다. 내려놓는 것도 자신의 몫이라 생각되어졌다. 속세를 떠돈 육신을 달래어 뿌리를 내리게 할 것이다. 열녀비를 뽑아내고 그 자리에 텃밭을 만들어 씨를 뿌리고 꽃을 맺고 열매를 수확할 것이다. 옥주는 적문의 울음소리를 인정하면서 결코 방해하지 않았다. 저녁 풀벌레가 수풀더미에서 나직하게 자신의 존재를 알려왔다. 적문의 울음은 요란했다. 차마 멈추지 못할 울음의 한복판에서 열일곱에 입문하여 삼년을 떠돈 세월이 주마등처럼 펼쳐졌다. 여전히 확신이 없었고 여전히 불안한 마음 속 번뇌를 받아들이려고 뒤척였다. 파계승이란 꼬리표를 달고 화탕지옥(火湯地獄)에서 살이 익고 뼈가 타도 죽지 않는 고통은 겪는다 해도 이 또한 운명이라면 어쩌겠는가. 손등으로 눈물을 닦으며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