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자와 죽이려는 자(5) 순댓국 한 그릇의 온기가 뱃속에 자 리 잡자 조금 전 상황이 말끔하게 정리 되는 느낌이 들었다. 새벽장사를 끝낸 포장마차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언어로 하루를 마감하였다. 그들의 볼때기에 채워진 순대와 머리고기가 우적우적 씹히고 있었다. 쉼 없이 생성되는 시간 속에 똑같은 아침이었지만, 누구는 시 작이고 누구는 마감으로 받아들였다. 주어진 환경 안에서 적응하는 것은 녹 녹치 않을 건데 사람들은 저마다 길들 여지며 잘도 살아가고 있었다. 항시 미행과 매복을 경계하는 것은 해결사가 되고부터 오랜 습관이 되었 다. 원칙 하나, 한곳에 일 년을 넘기지 않는다. 사물과 주위환경에 익숙해지 다 보면 자연히 경계를 소홀히하여 습 격에 노출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원칙 둘, 암살자는 가장 가까운 측근에 서 시작된다. 긴장을 풀거나 방심하게 되면 여지없이 그들의 표적물이 될 수 있다. 가급적 세 보폭 띄어진 거리에서 동료애를 확인하라. 원칙 셋, 아이와 여자는 반드시 타깃의 대상이 아니다. 왜냐하면 고객이 건네는 금액에 쪽팔 리니까. 나는 간단한 짐도 없다. 언 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부 평초이기도 했 지만 원체 거 추장스러운 가 방 조 차 옆 에 두 지 못 하 는 결벽증이 있었 다. 옷도 그렇 거니와 신발도 더러워지면 버 리 고 새 것 을 사기에 정말 혈혈단신이었다. 눈에 보 이는 모텔에 들이가기 앞서 주위를 둘 러보았다. 맹수의 촉이 있어 지형지물 에 몸을 숨기고 있다고 하더라도 살의 의 기운을 감지할 수 있었다. 순한 정 오였고 초식동물의 사람들이 길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일주일 선금을 계산하 자 모텔 프런트 아가씨가 입가에 미소 를 그렸다. 방문키를 받아들고 호실 앞에서 왠 지 아가씨 미소가 목젖에 얹혀있었다. 단발머리에, 쌍꺼풀이 없는 작은 눈에, 평범한 코에, 약간 돌출된 입을 가진 아가씨의 속살 이 궁금해졌다. 열쇠구멍에 맞 춰 잠금장치가 풀어지는 금속 소 리 에 도 그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러고 보 니 섹 스 를 안 한지 몇 달 되었다는 생각 에 피식 웃음 부터 나왔다. 그다지 끌릴만 한 요소가 하나도 없는 아가씨였는데 날 자극하게 한 것은 아마 오래된 유통 기한에서 찾아야할 것 같았다. 재고자시고 할 것 없이 옷을 훌러덩 벗어던지고 샤워실로 직행했다. 뜨거 운 물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끼얹어 씻어내고 싶었다. 알게 모르게 죄여오 는 스트레스에 대한 거친 방어라 해도 상관없고 앞으로 전개될 미래에 대한 확고한 확신일 수 있었다. 샤워기 꼭지 를 틀자 찬물이 쏟아졌다. 반대편으로 틀자 뜨거운 물이 콸콸 쏟아졌다. 온도 를 맞추며 조절하며 내 몸 구석구석을 적당한 온도의 물이 감겨들었다. 샤워 기에 몸을 맡기고 밀린 숙제를 하듯 천 천히 즐겼다. 거울에 비춰진 알몸이 거칠게 수컷 의 포효를 내지르기 위해 꿈틀거렸다. 물줄기가 닿을 때마다 수 만 년 전 맘 모스를 향해 돌진하던 원시인의 피가 용트림하고 있었다. 솟구치며 그리고 돌진하라. 강한 심장을 가진 용사여. 나는 거울을 보고 자위를 했다. 다시 샤워를 했고 발가벗은 채로 욕실에서 나왔다. 리모컨을 찾아 TV를 켰고 딱 히 할 일이 없어서 방안을 두리번거렸 다. 화면을 채운 여자 아나운서가 코로 나의 심각성에 우려의 목소리를 섞어 진행을 하고 있었다. 탁자에 놓여있는 다방 성냥갑 전화로 커피를 주문했다. 모텔 가운을 입고 곧 문을 두드릴 다방 아가씨의 방문을 기다렸다. 그렇다. 할 일이 비로소 생겼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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