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산(5) 지금 한 여자의 놀란 눈을 바라본다. 한 번도 와보지 못한 낯선 땅에서 앞길을 가로막는 낯선 남자의 등장은 충분히 놀란 눈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읍내의 작은 마트 주차장에서 비록 대낮일지라도 영문 모르는 저지(沮止)는 공포심마저 느끼게 하였다. 내가 가로막고 있는 자신의 걸음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심란한 표정에서 혼란스러움이 전달되었다. 보잉 708 추락사 전원사망 안에 혼신의 힘으로 다가가고 싶었던 한사람이 타고 있었을 것이다. 그의 사망으로 동강난 미래에 대한 반항이 이 자리까지 무의식속에 이끌려 왔을 것이다.  “벤치에 잠깐 앉아서 이야기 할 수 있겠습니까?”  떨리지 말아야 할 내 목소리가 떨렸다. 무엇인가에 대한 확신도 없었고 대안도 없었다. 다만 검정비닐봉지 내용물에 번개탄을 본 순간 의도하지 않은 용기가 생겼을 뿐이다. 여자의 망설이는 눈빛을 읽었고 대낮 햇살에 잠시 양미간을 찡그리며 주변 사람들로 안심되었는지 벤치 쪽으로 걸음을 옮겨왔다. 손수건으로 여자 몫의 앉을자리에 세심하게 먼지를 털어내 주었다.  “누구시죠? 절 아세요?” 앉자말자 여자는 당연하게 물어야 할 질문을 던졌다.  “혹시 야산 폴리스라인에서 절 보시지 않았나요?” “한 남자를 보긴 봤는데 그분이세요?” “맞습니다. 어제 너무 절절하게 무릎까지 꿇은 모습을 보았고, 오늘 마트에서 번개탄까지 사시는 모습을 보았기에 실례를 무릅쓰고 길을 막았습니다. 어떤 사연을 품고 계시는지 알 수 없지만 제 행동이 무례했다면 먼저 사과드리겠습니다.”    여자가 고개를 떨어뜨렸다. 곧 눈물을 흘렸다. 얼마나 울고 싶었던 눈물이었는지, 얼마나 참고 있었던 눈물이었는지 목젖까지 먹먹하게 다가왔다. 나는 기다렸다. 시월로 접어든 날씨는 한낮의 햇살에 찬바람이 묻어났다. 여자는 몸을 들썩이며 손등으로 눈물을 닦으면서 울었다. 조금 전 벤치 바닥을 닦은 손수건을 건넬 수 없어서 약간은 멋쩍게 앉아 여자의 울음이 그치기를 기다렸다. 울음이 그쳐졌을 때 여자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쳤다. 최대한 슬픈 표정으로 여자의 시선을 외면하지 않았다.  “보려고 할 의도는 없었지만 우연히 보게 된 봉지속 내용물이 소심한 제게 용기를 주었답니다. 고해성사를 하고나면 근심이나 슬픔 덩어리가 훨씬 줄어들 듯 제게 사연을 혹여 들려주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그렇다고 제 짧은 지식으로 해답을 말씀드리지 못하지만 털어놓고 나면 후련함은 있지 않겠습니까?” 탁 트인 주변에 노출된 기온에 추은 듯 몸을 웅크렸다. 내 제안에 싫다는 의사표현을 하지 않고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을 원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제가 묵고 있는 민박집이 있습니다. 시골이라 커피숍도 없으니 식사도 제공되고 주변도 시끄럽지 않은 민박집으로 자리를 옮길까요?” 순간 후회를 했다. 불손한 의도는 전혀 없었는데 상대방이 그렇게 받아들인다면 충분히 의심을 살만했다. 약간의 머뭇거림은 있었지만 다행히 여자는 내 제안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여자가 운전하는 옆자리에 앉아 방향을 손짓하며 민박집으로 차는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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