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교(3) 여자의 억센 말투에 실망스럽긴 했지만 왠지 그대로 지나치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주머니 속에 손을 집어넣어 몇 장의 지폐인지 대충 파악했습니다.  “배를 채울 라면에, 여인숙비가 간신히 있는 것 같은데 따라올래요?” “가진 놈이 더 무섭다니까, 진작 얘기하지. 날 따라와. 음식값 싸고, 방값 싼 데를 알고 있으니까.” 거침없이 앞장서는 여자를 졸졸 따라가면서 마산만 부두의 요동치는 불빛과 밤하늘을 날고 있는 갈매기들을 봅니다.  쏜살같이 낚아채거나, 정박한 뱃머리에서 바람에 얹혀 흔들거나, 무심히 쏟아지는 야광체를 따라 날갯짓 하거나 갈매기들의 울음은 바닷가에 온 이유를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버스터미널 후미진 골목으로 접어들며 힐끗 시선을 던진 여자가 내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순간 긴장을 했습니다. “난 이미경이야. 넌?” “난 박우태인데요.” “서로 통성명 했으니 이름 불러도 괜찮아.” “네.” “그렇게 존댓말하면서 어떻게 이름을 부르겠어. 무거운데 말 놓아.”  골목 안은 토사물에, 지린내에, 바닷가 특유의 비린내까지 섞여 약간의 메스꺼움을 느끼게 했습니다. 부대찌개전문 간판이 내걸린 허름한 음식점 앞에서 되바라지게 생긴 두 명의 어깨와 마주쳤습니다. 그들이 시비를 걸어온다고 한눈에 알아봤습니다. 미경은 방패처럼 나를 막아주었습니다. “난도 마산서 논다 커면 노는데 넌 어디서 온 개뼈다귀야?” 방패막이로 서있는 미경의 몸을 뚫고 분명 나를 지칭하는 개뼈다귀는 분명했지만 어떻게 대항할 수가 없습니다. 일단 그들이 두려웠습니다. 깍두기 머리에 다부진 근육과 오십 점 따고 들어간다는 텃세로 무장해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인정하는 것이 억울했지만 이 상황에서 믿을 거라고는 미경이 뿐이었습니다. 두 어깨가 다가와 미경의 뺨을 대뜸 후려쳤습니다. 순간 주먹이 불끈 쥐어졌지만 참기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내 뺨이 안전하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었습니다. “가스나야, 비키지 못해! 개뼈다귀 너 일루와 봐!” 막다른 골목이라 뒷걸음쳐서 도망갈 데도 없었습니다. 뺨을 맞은 미경은 한걸음 뒤로 빠져주면서, 두 어깨와 나와의 간격을 더욱 밀접하게 터주었습니다.  “이쯤 되면 뭔가 눈치가 오지? 꼭 주머니를 뒤지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빠르게 행동해! 서로 간에 얼굴 붉히지 않았으면 좋겠어.” 믿었던 미경마저 뺨 한 대에 길을 터주었지만 어떻게든 시간을 끌고 싶었습니다. 분명 부대찌개를 찾는 누군가가 구해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혹시 누가 구해줄 거라 생각하고 있지? 그랬다간 뒈지는 줄 알아. 이 시간에 여길 올 사람은 술이 떡이 된 주정뱅이밖에 없어. 여긴 골목 끝이고 밤바다 끝이라 생각하면 정답이야.” 쉽게 포기할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 뒤적거리면서 간신히 한마디 했습니다.  “동전은 어떻게 할까요?” “얌마! 우리가 양아친 줄 아나. 동전 빼고 지폐만 출발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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