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교(5)
새벽 찬바람을 피해 장작난로 곁에는 틈을 주지 않는 사람들로 대합실은 북적거렸습니다. 겨우 비집고 들어온 틈 사이에서 온기를 나누어 가질 수 있지만 역겨운 냄새도 감수해야 했습니다. 오랫동안 씻는 것에 둔감해지다 보면 쩐, 이 냄새가 본래 자신의 것인 양 쉽게 버리지 못하나 봅니다. 고개를 들어 냄새의 원천지를 찾기 위해 남루한 형색을 실눈으로 쫒기 시작했습니다. 하나 건너, 거기에서 거기인 사람들은 가난과 울분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자신도 이렇게 비춰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들었습니다.
불기운이 약해질 때쯤 장작난로 아가리를 열어 대합실 숙직근무자에 의해 장작이 보충되었습니다. 아가리를 열 때마다 빵빵한 불똥이 밖으로 튕겨져 나왔습니다. 웬만하면 자리를 터주고 불똥들을 피할 만 한데 굳세게 버티는 사람들의 무심함과 그 사이로 장작을 쑤셔 넣는 근무자의 모습이 한 컷에 잡혔습니다. 놀랍고 기이한 광경에 일순 경직되었지만, 지금은 이 집단속에 일원이라는 사실에 울컥 슬픔이 고여 들었습니다. 어쩌면 쩐 냄새는 게으름에서 고약하게 부패되는 과정 같았습니다. 장작이 타들어가는 소리가 빗발칩니다. 세멘 바닥을 두드리는 소낙비소리 같습니다.
옹이 박힌 장작이 불꽃을 만나면 양철지붕을 매질하는 거센 외마디처럼 난로 안을 휘몰아칩니다. 혼자 깜짝 놀랐고 혼자 열기에 거리를 두었지만 사람들과 새벽은 좀체 물러날 기색이 없었습니다. 의자 등받이에 팔을 괴고 무거운 눈꺼풀을 의식하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몸이 한쪽으로 기우는 느낌을 받았고 바닥에 충격이 가해질 정도로 쓰러졌습니다. 꿈인지 생시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 혼미한 정신으로 눈을 떴습니다. 알루미늄 직사각형 천장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졸다가 넘어졌는지 누군가 넘어뜨렸는지 알 수 없지만 불안함에 난로 곁에 사람들을 올려다보았습니다.
때마침 위협적인 자세로 좀비처럼 덮쳐오는 노숙자가 있었습니다. 본능적으로 두 손과 두 다리를 치켜세워 몸으로 누르는 노숙자를 받아서 머리 뒤로 넘겼습니다. 노숙자는 활처럼 휜 몸으로 구석에 나가 떨어졌습니다.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이라 어리둥절했지만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궁금합니다. 쓰러진 나를 겁탈하려했는지 몸을 제압하고 주머니를 뒤지려 했는지, 그러면서 대합실을 뛰쳐나올 명분이 생긴 것에 또한 고맙게 생각합니다. 여명의 시간은 버스주차구역으로 한 대 두 대 불러 모으고 있었습니다. 이틀에 경험한 세상은 신열을 앓듯 비릿하기만 합니다.
마산만 부두로 도둑고양이처럼 걸음을 옮겨왔듯, 그 보폭으로 다시 떠나온 집을 찾아 절실히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노숙자 한사람의 공격은 제압할 수 있어도 틀림없이 한편이 되어 공격해오는 여럿에게는 목줄을 내어줄 것만 같았습니다. 대합실을 뒤로하고 첫차로 배정된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마산역에 들른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무임승차보다 당당하게 차비를 지불했습니다. 바다가 그리운 폐선이 겨울을 넘길 요량으로 후미진 바다 한 귀퉁이에서 끽끽 거리고 있었습니다.
등록금 반의 출혈이 있었지만 세상을 보는 눈은 더욱 단단해졌습니다. 집 앞에서 약간 망설였지만 넉넉하게 감싸주는 어머니의 손길에서 질풍노도의 반항아를 내려놓았습니다. 느리고 답답할 줄만 알았던 비둘기호는 노선을 이탈하지 않고 마산역을 경유하여 역마다 인간미를 부려놓았습니다. 호락호락하지 않는 세상을 다녀온 덕분에 무사히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취직률 팔 십 프로 슬로건을 내세운 전문학교에 입학, 졸업과 동시에 자동차부품 1차 업체 취직했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