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교(6) 항시 들끓던 질풍노도를 어떻게든 잠재우기 위해 떠났던 마산만 부두여, 기억하노니 크고 화려했고 드넓었던 바다가 거기 있었습니다. 세상에 첫걸음도 떼지 못한 걸음마는 바다 앞에서 두려웠고 막막했습니다. 이 거대한 난관이 앞으로 내가 부딪혀야할 세상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 왔습니다. 처음으로 동류의식 속에 손을 내민 미경에게 등록금 반을 갈취당하고, 새우잠을 청하기 위해 장작난로 온기에 의지했던 나의 푸른 멀미여. 이제 그 세월을 고스란히 넘겨 결혼도 했습니다.  아내는 직장동료로 만났습니다. 세상에 둘도 없는 ‘같은 편’이기에 서둘러 동거에, 식은 올리지 않았지만 혼인신고로 확실히 관계를 정리했습니다. 착하고 이해심 많은 아내에게서 단란한 가정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었습니다. 남매를 두었고 큰애는 초등학교에 막내는 어린이집에 다녔습니다. 한번은 베란다 앉은뱅이 의자에서 해바라기를 하다가 잠이 들었던가봅니다. 십년 전에 다다른 마산만 선착장은 구성진 노랫소리가 동그라미를 그리며 퍼져나가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갈 곳을 찾지 못하는 갈매기 한마리가 비틀대며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동료에게 공격을 받은 것도 같고 관광객이 던져주는 먹이를 먹으려다 밟힌 것도 같은 상처로 힘겨워했습니다. 그때 희미하게 누군가 손짓하고 있었습니다. 뭔가 도움을 받는다는 생각에 그곳으로 온힘을 다해 다가갔습니다. 미경이었습니다. 어찌나 반갑고 안도했는지 다리에 힘이 풀릴 정도로 긴장을 놓았던가봅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미경의 손이 갈매기의 목을 움켜쥐었습니다.  갈매기가 컥컥 거릴 때마다 나도 덩달아 컥컥 거리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꿈속의 갈매기가 나였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그 상황을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치면 미경의 손아귀는 점점 죄여들었습니다. 꺼져가는 의식을 붙잡고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지만, 수명을 재촉하는 몸부림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내 머리를 잡아준 것은 아내였습니다.  “이이가, 요즘 잔업에 특근을 무리하게 한다싶었는데 웬 잠꼬대를 그렇게 요란하게 해요? 내가 제 때 와서 머리를 잡아주지 않았으면 바닥에 다칠 뻔 했잖아요.” 다행히 꿈이었습니다. 너무나 생생한 꿈이었기에 식은땀이 곳곳에 배여 있었습니다. 바람도 쐴 겸 운동화 끈을 고쳐 매며 산책하려든 계획을 엘리베이터 앞에서 드라이버로 수정했습니다. 아내에게 차키를 가져오라고 전화를 하자 외출복장으로 나왔습니다.  “산책은 혼자 보내려고 했는데 드라이버는 안 되지요. 밀린 숙제 날이니까 사전에 조율로 분위기를 띄어놓는 것도 최상 유지에 틀림없이 도움이... 그렇겠죠? 남편님.”  허긴 굳이 혼자 갈 이유는 없었습니다. 도심에서 교외로 벗어나기 위해 신경 쓰다가 좌회전에 진입하지 못한 채, 신호등을 놓치고 빵빵거리는 클랙슨 소리에 다시 도심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육교 앞을 막 지나오는데 난간에 매달린 사람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내가 본능적으로 비상등을 옆에서 눌렀습니다. 약간의 갈등이 있었지만 아내의 의협심을 익히 알고 있는 터라 순순히 따르기로 했습니다.  “산책로면 육교 밑까지 진입할 수 있어요. 우리 차로 사람을 받아 내야해요.” 아내는 어느새 명령조로 거역할 수 없게 지시하고 있었습니다. 5인승 하이브리드이기에 가능하다는 아내의 말을 믿고 산책로 말뚝에 긁혀가며 간신히 육교 밑에 차를 정차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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