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포켓(1) “은둔형 외톨이, 6개월 이상 사회 미접촉”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3년 19∼34세 청년 가운데 6개월 이상 사회로부터 고립된 청년은 54만 8천 명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1년 집계된 34만 4천 명에 비해 불과 2년 만에 20만 4천 명이 증가했다. 이들을 사회로 이끌어 내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가운데, ‘잠재적 범죄자’로 예단하는 언론의 보도 등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동굴에서 쑥과 마늘에 의존한 백일을 참지 못해 뛰쳐나온 비루한 호랑이 몰골로 길거리를 쏘다니다가 문득 이해가 되었다. 끈기가 없어 뛰쳐나온 것이 아니라, 곰은 잡식성이고 호랑이는 육식성인데 결과는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어쩌면 환웅은 곰을 더 눈 여겨 보았고 쑥과 마늘을 과제물로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을 것이다. 나는 백팔십 신장에, 백 킬로를 넘나드는 덩치를 가졌다. 백영호라는 이름에 ‘영’자를 빼고 언제부턴가 ‘백호’로 쉽게 불려졌다. 그다지 싫지 않은 별명을 얻게 되었다.  주변에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떠받들어 주는 사람, 앞세우는 사람, 곁에 두고 싶어 하는 사람, 같은 방향으로 서있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밖에만 나가면 발에 채였다. 그러다가 겁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만만하게 볼 동기부여의 해당사항이나 된 듯, 찔러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건드려보고, 간혹 때리기도 하면서 덩치 좋은 ‘시다바리’로 서열 정리를 해버렸다. 나는 정말이지 비폭력주의자다. 어떻게 욕설과 주먹질로 근육덩어리를 만들 수 있을까. 적어도 인격체라면 이해하고 양보하고 평등해야한다.  얼마 있지 않아 ‘백호’마저 내놓게 되었다. 사람들은 ‘영’자를 다시 가져와 별명 앞에 붙여주었다. ‘영백호’라는 영 아닌 백호로 불러지면서 비로소 은둔형 외톨이속에 고립된 청년이 되었다. 오래된 원룸에 기거하는 형편을 불쌍하게 여겼는지 한 지인은 영백호라 부르면서, 표현봉조각가 보조작업에 소개시켜주었다.  “조각가 보조를 하려면 노가다가처럼 우직하고 뚝심이 있어야 돼. 페이는 약하지만 뭐 그렇다고 죽을 맛은 아니야. 날 믿고 해보겠나?”   두말없이 조폭처럼 허리를 굽혔다.  “자넨 성이 영씨인가? 소개받을 때 영백호라든데.” 백영호로 이야기하려다가 침만 꿀꺽 삼키고 말았다.  “괜찮아. 세상일이라는 건 아무도 몰라. 혹시 조각일이 적성에 맞아 조각가가 되면 영백호라는 이름이 빛을 발할 좋은 이름이야. 내일부터 출근해.”  은둔형 외톨이 통계수치를 낸 기관에 전화하여 내일부터 출근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영백호’로 찌르거나, 건드리거나, 때리거나 한 사람들을 피해 원룸에 그림자처럼 스며들었다. 달라질 것은 없었다. 어차피 비폭력주의자이기에, 폭력주의자가 되기 전 까지는 쭉 이 삶에 길들여져야 할 것이다. 잠재적 범죄자로 분류되어 폐쇄되고 고립되고 아집적인 인간형으로 고착화되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제라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조금 앞으로 나가고 싶어도 어차피 사방팔방은 벽에 갇혀있다. 한발을 빼도 한발이 늪 속에 갇혀 서서히 가라앉는 상황을 매일 느끼며 살아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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